[최창일 칼럼] 스티브 잡스는 검정 목폴라 셔츠를, 젠슨 황은 검정 가죽 재킷을 고집한다. 단순한 옷차림은 단순한 패션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최고경영자의 시간 철학, 브랜드 철학, 지도력의 본질을 드러낸다.
바쁜 CEO들에게 옷은 생산성의 도구이자, 메시지의 매개체다. 잡스와 황의 선택은 왜 최고경영자들이 ‘유니폼’을 고집하는지, 그 깊은 의미를 말해준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같은 검정 아이작슨 디자이너의 목폴라 셔츠와 청바지, 새 균형 운동화를 신었다. 선택의 배경은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잡스는 복잡한 옷 선택이 하루를 망친다고 믿었다.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 데 10분만 낭비해도, 40년이면 150일에 해당한다. 그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잡스는 친구인 아이작슨 디자인의 디자이너에게 연락해 100벌의 검정 목폴라 셔츠를 주문했다. “옷 고민 없이 창의력을 쏟겠다”라는 선언이었다.
선택은 단순한 효율성을 넘어 철학적 선언이었다. 잡스는 옷을 ‘결정 피로’의 적으로 봤다.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은 한정돼 있다. 사소한 선택이 쌓이면 중요한 결정에서 실수가 생긴다. 그의 유니폼은 이를 방지하는 시스템이었다. 애플 직원들도 이 영향을 받았다.
잡스의 셔츠는 ‘애플의 미니멀리즘’을 상징했다. 검은색은 기술의 순수함, 목폴라는 창의적 집중을 뜻했다. 투자자 회의든 제품 발표든, 그 옷차림은 “나는 잡스다”라는 즉각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람들은 그 셔츠를 보면서 애플의 철학을 떠올렸다. 단순함이 혁신의 시작이라는 믿음.
잡스의 유니폼은 지도력의 본질을 보여준다. CEO는 자신이 원하는 문화를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의 셔츠는 애플의 DNA였다. 복잡함을 거부하고 본질만 추구하는 태도. 직원들은 무의식중 그 이미지를 따라가며 애플 문화를 체화했다. 옷차림은 단순한 외양이 아니라, 조직의 정신을 각인시키는 도구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30년 넘게 검정 가죽 재킷만 입는다. CES, GTC 같은 주요 행사에서 늘 같은 스타일이다. 한국에 와서 치킨 파티를 할 때도 같은 재킷이었다. 심지어 35도 불볕더위 속에서도 벗지 않는다.
이유는 잡스와 놀랍게 닮아있다. 황은 인터뷰에서 “아내와 딸의 조언으로 하나의 차림새를 정했다. 옷 선택 시간을 아끼기 위해”라고 밝혔다. 매년 아내가 새 가죽 재킷을 사주고, 중요한 자리엔 그중 하나를 입는다. 최소 6벌 이상 소유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비밀이다.
황의 선택 배경은 그의 캐릭터와 맞닿아 있다. 그는 록스타 같은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구축했다. 가죽 재킷은 반항, 강인함, 혁신을 상징한다. 엔비디아는 GPU에서 AI 칩으로 세계를 바꿨다. 황의 재킷은 실리콘밸리의 딱딱한 정장 문화를 거부하는 선언이다. “나는 기술 반역자”라는 메시지. 기자들이 “덥지 않냐”고 묻자 “I’m always cool(나는 항상 쿨하다)”고 답한 일화가 전해진다. 이 유머는 그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디자인 측면에서 황의 재킷은 톰 포드 스타일로 유명하다. 와이드 피크드 라펠, 로프드 숄더, 슬림 허리라인. 날카로운 어깨와 V존이 록 콘서트 무대 같은 드라마틱함을 준다.
검정 가죽의 광택은 고급스러우면서도 거칠다. 가격은 한 벌에 수천만 원. 하지만 황에게는 투자다. 이 옷차림은 엔비디아 주가를 100배 띄운 그의 이미지를 고정한다. 투자자들은 그 재킷을 보면서 AI 혁명의 얼굴을 떠올린다. 잡스와 황의 선택은 공통점이 많다.
첫째, 시간 최적화. 둘 다 CEO로서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갠다. 옷 선택은 그중 가장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낭비. 유니폼은 이를 제거한다. 둘째, 브랜드 강화. 잡스의 셔츠는 애플의 최소화한 혁신, 황의 재킷은 엔비디아의 대담한 파괴를 상징한다. 셋째, 즉각적 인지도. 군중 속에서 한눈에 알아보게 한다. 넷째, 심리적 효과. 같은 옷은 자신감을 준다. 변하지 않는 이미지는 안정감을 주고, 추종자들을 끌어당긴다.
이 현상은 CEO들 사이에 퍼졌다. 마크 저커버그의 회색 티셔츠, 일론 머스크의 검정 가죽 재킷(황과 닮음). 그들은 모두 ‘반복 가능한 단순함’을 선택했다. 옷은 더는 사치가 아니다. 전략 무기다. 연구에 따르면, 유니폼을 입은 리더는 신뢰도가 20% 높다.
옷차림은 문화의 씨앗이다. 더 나아가 사회적 메시지다. 황의 재킷은 기후 위기 속에서도 “멋짐”을 유지하는 체력을 암시한다. 잡스의 셔츠는 지속 가능한 단순함을 설교한다.
잡스는 아이폰으로, 황은 블랙웰 칩으로 증명했다. 옷은 그걸 증폭할 뿐이다. 스티브 잡스와 젠슨 황의 옷차림은 지도력의 본질을 일깨운다. 옷은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도구다. 단순함은 복잡한 세상에서 생존 비결이다. 최고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배울 점이 많다. 매일 같은 셔츠를 입어보라. 시간과 에너지가 남을 것이다. 그 에너지는 혁신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유니폼은 이렇게 말한다. “옷보다 중요한 건, 네가 무엇을 입었는가보다 네가 무엇을 하는가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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