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 62
제비꽃 / 고정희 시인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던 날 하늘엔 문득 별이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빛이 싸늘하게 돌아설 때 한 사람의 따뜻한 눈길이 나를 보고 있었다.
어둠이 너무 길어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날
바람 부는 길섶에 제비꽃 한 송이 피어나고 있었다. ........................................................... 「제비꽃」은 절망 속에서도 작고 은은한 희망의 징표를 발견하는 순간을 잔잔히 그려낸 시의 건축이다. 화자는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던 날”이라 고백하며 깊은 외로움과 상실감을 드러낸다.
어둠 한가운데서 ‘별빛’, ‘한 사람의 눈길’, ‘제비꽃’과 같은 따뜻한 존재들을 마주한다. 작고 소박하지만, 화자에게는 다시 삶을 붙잡게 하는 구원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별과 눈길, 그리고 제비꽃은 각각 희망, 사랑,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제비꽃은 길섶에 피어 있다는 표현을 통해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 꿋꿋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모습은 화자 자신과도 겹쳐, 시 전체를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의 존엄한 생명력’으로 읽게 한다.
고정희 시인의 시의 미학은 화려한 표현 대신 단정하고 맑은 어조에 있다. 낙심과 위로의 대비가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독자는 자연스레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라는 진실로 이끌린다. 어둠과 바람,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끝내 ‘제비꽃 한 송이’로 살아가려는 마음, 그것이 이 시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깊은 울림이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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