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詩想과 인간] 새해 아침에

최창일 / 이미지 문화평론가 | 기사입력 2026/01/01 [19:59]

[詩想과 인간] 새해 아침에

최창일 / 이미지 문화평론가 | 입력 : 2026/01/01 [19:59]

▲ 사진 / 픽사베이

詩想과 인간59

 

새해 아침에 / 최창일 시인

 

사랑의 편지를 띄운다

 

노랑 편지지에

평화의 마음을 담고

미소의 온도 접어

경청의 귀가 되기를 기도한다

 

파랑 편지지에는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처럼

하늘에 닿는 온유함을 심고

말이 먼저 단정 짓지 않고

말투가 쉽게 판단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빨강 편지지에는

식지 않는 사랑과

생각이 한발 앞서고

감정이 천천히 뒤따르기를 기도한다

 

노랑, 파랑, 빨강의 편지지에

나만 옳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변화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늘 돌아보는 사람이기를 기도한다

 

새해는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으로

배움의 자세가 멈추지 않기를 

기도한다

......................................................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을 기도와 다짐이 결합한 ‘편지’의 형식으로 섬세하게 풀어낸다. 화자는 새해를 기다리거나 소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다듬고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시의 정서는 설렘보다는 차분하고, 희망보다는 성찰에 가깝다.

 

인상적인 점은 노랑·파랑·빨강이라는 색채의 상징성이다. 노랑은 평화와 미소, 파랑은 온유함과 판단의 유예, 빨강은 식지 않는 사랑과 이성의 균형을 담고 있다. 색은 감정의 언어가 되고, 편지지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 된다. 추상적인 덕목들이 감각적으로 살아난다.

 

시는 말과 생각, 감정에 대한 태도를 반복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열린 귀가 되기를”, “말이 먼저 단정 짓지 않기를”, “감정이 천천히 따라오기를”이라는 구절들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상처의 근원을 정확히 짚어낸다. 새해의 소망이 물질적 성취가 아니라, 듣는 태도와 판단을 미루는 인내, 감정의 속도를 조절하는 성숙에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화자는 “나만 옳다는 욕심”과 “변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내려놓겠다고 말한다. 이는 이 시의 핵심으로, 새해를 바꾸는 출발점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임을 분명히 한다. 마지막 행의

“새해는 /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 만들어 가는 것으로 / 시작된다”라는 선언은 앞선 모든 기도를 삶의 실천으로 이끄는 문장이다. 이 시를 감상하고 나면 새해를 맞는 마음이 한층 단정해지고, 말과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