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 58
어머니의 새벽 / 윤은(潤隱) 최정규 시인
우련 동이 터오면 선잠 개키고 나서는 하룻길 별빛 달빛 밤빛 하늘빛 무르녹여 한밤 내 기다린 샘물 두레박에 철철 넘치게 퍼 올렸지요
물동이 모가지까지 찰랑찰랑 채워 새벽별 둥둥 띄우고 또아리 받쳐 이고 밤나무 밑으로 난 길을 오르셨지요
마을에서 맨 먼저 우물물 기르면 가정이 복되고 식솔들 건강하다기에 분주했던 어머니의 새벽 정성 담뿍 담긴 사랑 차림으로 우리들의 희망찬 내일을 열어 주셨지요. ...................................................................... 새벽마다 가족을 위해 우물로 향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말없이 베풀어진 사랑과 희생의 깊이를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별빛과 달빛 속에서 길을 나서는 어머니의 모습은 하루의 시작이자 가족의 안녕을 비는 기도의 장면처럼 느껴진다. 우물물을 길어 오면 집안에 복이 온다는 믿음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가족을 향한 간절한 마음과 정성을 상징한다.
최정규 시인의 시에서 어머니는 자신의 수고를 드러내지 않는다. 물동이를 가득 채워 머리에 이고 밤나무 길을 오르는 장면은 고단함보다도 익숙함과 책임감이 먼저 떠오른다. 이러한 모습은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묵묵한지, 또 우리가 그 사랑을 얼마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정성 담뿍 담긴 사랑 차림’이라는 표현은 어머니의 새벽 노동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가족의 내일을 준비하는 사랑의 행위임을 잘 보여 준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이 시를 읽으며 평범한 일상 뒤에 숨겨진 부모의 희생을 떠올리게 된다. 깊은 어머니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시의 건축이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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