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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뼈로 만든 한경 시인의 ‘다나킬 사막 검은 숨’ 시집 발간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기사입력 2025/12/16 [07:08]

낙타의 뼈로 만든 한경 시인의 ‘다나킬 사막 검은 숨’ 시집 발간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입력 : 2025/12/16 [07:08]

[신간 안내] 한경 시인의 <다나킬 사막 검은 숨> 시집이다. 다나킬은 사막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북동부, 에리트리아와 비부티에 걸친 해수 100m 낮은 아파르 삼각지대다. 

  

시인의 시집에서 유난히 시선을 끄는 시는 57쪽의 <노인과 낙타>다. 사막에서는 낙타가 비행기고 버스고 기차다. 그 사막에는 말이 없다. 다만 흔적만이 남는다. 발자국, 숨결, 그리고 사라진 존재의 기억. ‘노인과 낙타’라는 시 속 장면은 광활한 풍경을 묘사하면서도, 사실은 한 생이 어떻게 세상을 통과해 가는지를 묻고 있다. 노인은 늙었고, 낙타는 묵묵하다. 둘은 서로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는 오랜 동행이 있다.

 

낙타는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짐승 가운데 하나다. 사막이라는 인간이 가장 버티기 어려운 공간에서, 낙타는 인간의 생존 조건 그 자체였다. 물을 대신 저장하고, 짐을 대신 짊어지며, 인간이 갈 수 없는 거리 대신 걸어주었다. 사막 문명은 낙타 없이 성립되지 않았다. 낙타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떠받친 또 하나의 생명이었다.

 

낙타의 걸음은 빠르지 않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서두르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는다. 시 속에서 “구부린 무릎을 세우고 / 천천히 일어서는 낙타 등”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동작 묘사가 아니다. 그것은 평생 짐을 짊어진 존재의 태도이며, 삶을 대하는 방식이다. 낙타는 늘 인간보다 먼저 무릎을 꿇고, 인간보다 늦게 일어난다. 흥미로운 것은 낙타의 헌신이 살아 있을 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낙타는 죽어서도 인간에게 남는다. 사막의 사람들은 낙타의 뼈로 목걸이를 만들고, 장신구와 도구를 만든다. 고기는 생계를 잇는 음식이 되고, 가죽은 옷과 천막이 된다. 살아 있을 때는 삶을 나르고, 죽어서는 삶의 흔적이 된다. 낙타의 생은 끝까지 비워진다.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인간의 생은 어떤가. 우리는 과연 죽어서 무엇을 남기는 존재인가. 삶의 한가운데서조차 끊임없이 소유하려 하고, 쌓으려 하며, 남기려 애쓰는 인간은 정작 떠날 때 무엇을 내어놓는가. 낙타와 인간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 낙타는 자신의 생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인간은 종종 타인의 생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소비한다. 

 

시 속의 노인은 해진 신발을 끌며 사막을 걷는다. “사막에 한 생의 지문을 찍으며 걸어간다”라는 구절은 강렬하다. 지문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다. 우리는 모두 이 땅 위에 각자의 지문을 남기며 살아간다. 문제는 그 지문이 어떤 흔적인가이다. 짓밟힌 흔적인가, 버텨낸 흔적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살린 흔적인가. 노인과 낙타는 세찬 바람 속에 잠겨 있다. 바람은 시간을 상징한다. 세월은 늘 인간과 생명을 가차 없이 밀어낸다. 그 바람 속에서 낙타는 등을 내어준다. 인간이 넘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짐을 맡는다. 이것은 희생이면서 동시에 선택이다. 낙타는 도망치지 않는다.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끄트머리에서 “삶의 오아시스는…”이라는 미완의 문장은 학인에게 질문을 남긴다. 오아시스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목적지인가, 쉼인가, 아니면 함께 걸어온 시간 그 자체인가. 어쩌면 오아시스는 누군가의 등에 실려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위해 묵묵히 짐을 짊어진 그 순간 자체가, 이미 오아시스일 수 있다. 낙타는 말하지 않기에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자기 연민도 없고, 공로 요구도 없다. 다만 주어진 생을 다 쓰고 떠난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어쩌면 지혜나 능력이 아니라, 이 낙타의 침묵일지 모른다. 끝까지 자기 몫을 감당하고, 남김없이 내어주는 태도 말이다.

 

사막을 건너는 노인과 낙타는 결국 우리 자신의 초상이다.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며 우리는 무엇을 짊어지고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 순간, 우리는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낙타처럼 죽어서도 누군가의 삶에 쓰일 수 있다면, 그 생은 전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사막은 오늘도 말이 없고, 바람은 계속 분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낙타의 발걸음은 여전히 인간의 생을 앞으로 밀어준다. 삶이란 결국, 그렇게 누군가의 짐을 대신 져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행작가며 시인인 한경 작가가 펴낸 <다나킬의 사막 검은 숨>은 한경 시인의 발끝과 눈 끝이 먼저 가서 보고 느낀 영감(靈感)의 기록이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만들고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만들었다. 한경은 <다나킬 사막 검은 숨>(심상시선, 김기림 12회 문학상) 시집. 낙타의 뼈로 시(詩)의 목걸이와 브로치를 만들었다. 눈 내리는 겨울의 중심에 이 땅의 학인(學人)에게 시도반(詩道伴)이 추천하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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