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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과 人間 ] 빗자루의 내력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기사입력 2025/11/27 [07:12]

[詩想과 人間 ] 빗자루의 내력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입력 : 2025/11/27 [07:12]

▲ 사진 / 픽사베이   

詩想과 人間 57

 

빗자루의 내력 / 은월 김혜숙 시인

 

싸리꽃이 피려고 합니다

 

한강 변 둑길

그 싸리꽃이

외갓집 담장 곁에서

예쁘게 살던

 

어느 날 싸리비가 되어

마당을 쓸고 있었던

그 싸리꽃

.......................

김혜숙 시인의 「빗자루의 내력」은 일상의 작은 사물 하나에도 긴 이야기가 숨어 있음을 보여주는 서정적이고 회상 적인 작품이다. 시 속의 화자는 한강 변에서 싸리꽃이 피려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외갓집 담장 곁에서 예쁘게 피어 있던 싸리꽃을 떠올린다. 이때 싸리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소중한 시간과 장소를 되살려주는 매개체가 된다.

 

인상적인 부분은 ‘어느 날 싸리비가 되어 / 마당을 쓸고 있었던 / 그 싸리꽃’이라는 구절이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싸리꽃이 싸리비가 되어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집안을 돌보고, 일상의 먼지를 털어내던 소박한 역할을 부여한다. 이는 자연이 인간의 삶에 스며들어 살아가는 과정, 사물이 지닌 내력(내면의 역사)에 대한 따뜻한 성찰을 담고 있다.

 

외갓집 마당을 쓸던 싸리비의 모습은 단순한 청소도구의 기능을 넘어 추억과 정서의, 일부가 된다. 싸리꽃이 피었다 지고, 다시 싸리비가 되어 누군가의 마당을 쓰는 순환은, 마치 삶의 덧없음과 동시에 지속함을 상징하는 듯하다. 시인은 그 과정을 매우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표현하며, 사소한 사물도 시간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작은 것들 속에 담긴 기억, 내력, 따뜻함을 되새기게 한다. 한 송이의 싸리꽃이 먼지 쌓인 마당을 쓸던 싸리비가 되어 다시 떠올려지는 순간, 독자는 자연과 인간 삶의 관계, 그리고 사물에 깃든 정서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풀꽃의 기억> 시집(인문학사) 가운데 있는 시는 잔잔하지만, 마음이 울리는,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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