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일 칼럼] “최초의 전쟁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질문은 곧 “인간은 왜 싸우는가?”라는 본질적 물음에 닿게 된다. 고고학자들은 수단 북부 제벨 사하바에서 발견된 인골을 인류 최초 전쟁의 흔적으로 본다. 화살촉과 창촉이 박힌 시신들은 기원전 13,000년 무렵의 충돌이 단순한 범죄가 아닌 집단 분쟁이었음을 보여준다.
기록으로는 기원전 2,700년경 수메르의 라가시와 우마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인류 최초, 전쟁기록이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을 한 걸음 더 밀어붙여야 한다. “그 전쟁은 왜 일어났는가?” 초기 인류, 사람에게는 자연과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강가·초원·숲은 생존의 토대였고, 그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 기후 변화는 사냥감을 이동시켰고, 이동 경로가 겹친 집단은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전쟁의 직접적 원인은 희소성이었지만, 진짜 원인은 불안이었다. “저들이 물가를 차지하면, 우리는 굶주리게 될 것이다.” 이 두려움은 선제공격을 정당화했고, 결국 ‘안전을 위한 공격’이라는 역설적인 논리가 전쟁을 만들었다.
인류는 언어와 상징을 갖게 되면서 집단의 경계를 확실히 그리기 시작했다. 이 경계는 소속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타 집단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 ‘그들’은 알 수 없는 존재였고, 알 수 없음은 위협으로 해석되었다.
경계의 탄생은 곧 전쟁의 시작이었다. 이 타자화 과정은 오늘날에도 나타난다. 이념·민족·종교의 갈등 대부분은 ‘우리’와 ‘그들’의 구분에서 출발한다. 인류 최초의 전쟁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초기 사회에서 전쟁은 노동력과 물자를 생산보다 빠르게 확보하는 방법이었다. 수개월의 농사보다 몇 시간의 약탈이 더 효율적이었다. 여성과 아이를 납치해 부족의 노동력과 번식력을 늘리는 행위도 흔했다.
전쟁은 희생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보상을 약속한다. 이 ‘보상의 구조’가 전쟁을 반복시키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었다. 전쟁이 생존을 넘어 하나의 경제 모델이 된 것이다. 고대에서 지도자는 전쟁을 통해 권위를 세웠다. 승리는 전리품을 통한 보상 분배, 부족의 결속, 종교적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해 주었다. 전쟁은 지도자의 권력을 강화하는 무대였고, 이것은 오늘의 국제정치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념과 명분은 전쟁의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언제나 권력의 확대와 지도자의 야망이 자리한다.
인류 최초의 전쟁도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고대 사회에서 복수는 생존의 조건이었다. 복수를 하지 않는 부족은 약하다고 평가되었고, 약함은 곧 멸망을 의미했다. 그래서 전쟁은 한 번의 충돌로 끝나지 않고, 복수의 사슬 속에서 반복되었다. 이 순환 구조는 오늘의 세계에서도 관찰된다. 민족 간 충돌, 종교 전쟁, 영토 분쟁 상당수는 과거의 상처에서 출발한다. 전쟁은 사건이 아니라 기억이며, 기억은 전쟁을 재생산한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전쟁의 뿌리는 ‘죄’이다. 카인이 아벨을 죽인 사건은 전쟁의 원형을 보여준다. 질투, 비교, 분노라는 내면의 균열이 관계를 파괴하고, 그 파괴가 집단적 규모로 확장되면 전쟁이 된다. 창세기 6장은 “땅에 포악함이 가득하였다”라고 기록한다. 포악함의 집단화가 바로 전쟁이다. 계시록 12장은 전쟁의 기원을 인간 역사 이전의 영적 반역에서 찾는다. 전쟁은 단지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적 파괴의 결과이며, 타락의 실체가 사회적 구조 속에 드러난 현상이다.
희소성·정체성·경제·권력·복수의 구조는 오늘날의 갈등에도 그대로 작용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동의 분쟁, 중국의 팽창 전략, 한반도는 긴장의 장소들이다.
전쟁의 오래된 원리가 현대의 모습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전쟁은 인류 문명의 초기에 태어났지만, 결코 과거형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최초의 전쟁이 남긴 본능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쟁의 원인을 추적하는 일은 결국 화해의 근원을 찾는 일이다. 희소성은 기술로 완화할 수 있지만, 불안과 탐욕, 정체성 충돌, 복수의 기억은 기술로 해결할 수 없다.
전쟁은 인간 내면의 문제이며, 그 해결 역시 내면에서 시작된다. 성경은 전쟁의 반대가 단순한 평화가 아니라 새로운 마음이라고 말한다. 관계를 끊어지게 한 죄가 문제라면, 관계를 회복시키는 사랑이 해답이다. 역사는 이 단순한 진리가 문명보다 강력한 힘을 지녔음을 보여주었다. 인류 최초의 전쟁은 한 시대의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인간에게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고,그 거울 속에서 우리는 전쟁의 기원을 넘어 전쟁을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을 바라보게 된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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