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 56
달빛이 찾아온 다락방 / 정근옥 시인
달빛이 흔들고 가는 풍경 소리에 가을은 우주 속으로 깊어만 가고,
오일 장터에 돌아오시는 아버님의 구슬픈 창소리, 마음을 휘늘어지게 한다
복사꽃이 보이던 다락방에 달이 기울고 저 멀리 성당의 종소리 나직이 울리니,
나뭇가지에 낮달처럼 떠오르는 그리움 잔잔한 내 가슴에 칼을 들이대는구나 ............................................................................... 「달빛이 찾아온 다락방」은 달빛, 가을, 그리움, 그리고 아버지의 기억을 매개로 한 서정적인 회상 시다. 정근옥 시인은 ‘달빛이 흔들고 가는 풍경 소리’라는 감각적인 표현으로 시작된다.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깊어짐 속에서 점점 짙어지는 내면의 그리움을 섬세하게 그려진다. ‘오일 장터에 돌아오시는 아버님의 구슬픈 창소리’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가난하고 정겨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오는 정서의 중심이다. 그 목소리 속에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아버지의 삶과, 그에 대한 시인의 애틋한 마음이 배어 있다.
시인은 ‘복사꽃이 보이던 다락방’이라는 표현을 통해 지난 시절의 따뜻한 추억의 공간을 회상한다. 그 다락방에도 이제는 달이 기울고, 성당의 종소리만이 조용히 울릴 뿐이다. 이 장면은 시간의 흐름과 소멸의 슬픔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나뭇가지에 낮달처럼 떠오르는 그리움’은 눈에 보일 듯 아련하게 남은 그리움을 형상화다. 그 그리움이 ‘잔잔한 내 가슴에 칼을 들이댄다’는 구절은, 시인이 느끼는 상실의 아픔과 그리움의 날카로움을 절절히 전한다. 달빛 아래에서 되살아나는 추억과 그리움의 풍경화다. 달빛은 단순한 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과 아버지, 어린 시절을 비추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한다. 시 전체에 흐르는 잔잔한 연민과 아름다운 회상은, 독자에게도 따뜻하면서도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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