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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과 인간] 바다를 보는 염소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기사입력 2025/08/27 [07:32]

[詩想과 인간] 바다를 보는 염소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입력 : 2025/08/27 [07:32]

▲ 사진 / 픽사베이   

詩想과 인간 52

 

바다를 보는 염소 / 강서일 시인

 

흰 수염 염소 한 마리

벼랑 끝에서 바다를 보고 있다

 

푸른 파도 흰빛을

찰나에 낚아채거나

 

수평선에 외줄을 걸어 놓고

끝까지 한번 걸어 볼 심산인가

 

아니면 들끓는 바닷속에

저 바람의 벼랑 끝에

 

남모르는 비밀의 집

한 채라도 

짓고 싶은 것인가

 

피묻은 사금파리

한 조각을

나릿나릿 반추하는

 

이 눈물 없는 시인아! 

.......................................

흰 수염 염소 한 마리가 벼랑 끝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단순한 풍경을 넘어선,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염소는 보통 산속을 누비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시에서 염소는 익숙한 땅을 벗어나 ‘벼랑 끝’이라는 극단적인 지점에 서 있다. 벼랑은 현실과 이상, 안전과 모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한다.

 

푸른 파도의 흰빛을 찰나에 낚아채려는 모습은, 순간의 진실이나 영감을 붙잡으려는 시인의 열망처럼 읽힌다. “수평선에 외줄을 걸어 놓고 끝까지 한번 걸어 볼 심산”이라는 구절에서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미지의 세계로 나가려는 존재의 의지가 느껴진다. 단순한 염소의 행동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감히 도전하는 삶의 깊이와 맞닿아 있다.

 

바닷속과 바람의 벼랑 끝에 “남모르는 비밀의 집”을 짓고 싶다는 구절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나 진리를 세우고자 하는 욕망처럼 느껴진다. 예술가나 시인이 추구하는 이상향이다. 다층적 시구가 매서운 시의 서까래다.

 

“피묻은 사금파리 한 조각을 나릿나릿 반추하는 이 눈물 없는 시인아!”에서 시인은 염소에게 말을 건네며, 이 염소가 다름 아닌 ‘시인 자신’임을 암시한다. 사금파리는 상처 입은 과거의 조각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기억 혹은 진실의 파편일 수도 있다.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 채 그것을 곱씹는 염소, 즉 시인의 모습에서 시적 고통과 절제된 감정이 뚜렷이 드러난다.

 

강서일 시인은 외로움 속에서 진실을 마주하려는 존재의 깊은 성찰이며, 그것을 꿋꿋이 응시하는 시인의 내면을 형상화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염소의 눈빛은 결국, 우리 자신의 고독과 대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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