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詩想과 인간] 간이역

최창일 / 이미지 문화평론가 | 기사입력 2025/06/20 [07:04]

[詩想과 인간] 간이역

최창일 / 이미지 문화평론가 | 입력 : 2025/06/20 [07:04]

▲ 사진 / 픽사베이   


詩想과 인간 46

 

간이역 / 오동근 시인

 

냇둑에 보랏빛 지천으로 핀 베찌풀

감빛 노을에 뒷짐이다

또르르 말린

노랗게 바랜 전단지의

시간 끝을 펼쳐 보면

허기진 외로움들이 웅성거린다

나그네 모년 모월의 날짜쯤이야

이적 남아 있을 골목길 남루정

분홍빛 미소에 명함을 풀어내며

...........................................................

간이역과 베찌풀, 두 개의 풍경으로 시간의 흐름, 외로움, 삶의 흔적을 섬세하게 그려진다. ‘냇둑에 보랏빛 지천으로 핀 베찌풀’ 자연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베찌풀은 흔한 들꽃이다. 소외되었지만 꾸준히 피어나는 존재를 상징한다.

 

‘감빛 노을에 뒷짐이다’ 감빛(감색처럼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뒷짐’을 진 모습. 관조적인 태도, 회상, 여유 등을 나타낸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 조용히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르르 말린 / 노랗게 바랜 전단지의 / 시간 끝을 펼쳐 보면’ 말려 있고 색이 바랜 전단지를 펼친다는 이미지. ‘전단지’는 과거의 흔적, 지나간 시간의 증표다. 노랗게 바랬다는 것은 세월이 오래 흘렀음을, 알려 준다는 것은 잊힌 시간, 또는 외면했던 기억을 의미할 수 있다.

 

‘허기진 외로움들이 웅성거린다’ 전단지의 시간 속에서 외로움이 웅성웅성 모인다.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들어가자 외로움이 되살아난다. ‘허기진’이라는 표현은 감정의 결핍, 따뜻함에 대한 갈구하는 시의 건축이다. ‘모년 모월’은 특정하지 않은 과거, 잊힌 시간이다.

 

‘남루정'은 시간 속에서도 겨우 남아 있는 초라한 흔적, 즉 지나간 삶의 기억해 낸다. '나그네'는 시 속 화자를 상징하며, 지나가는 인생의 한 존재를 뜻한다.’분홍빛 미소에 명함을 풀어내며 / 세월을 자유로이 오르내린다‘ 분홍빛 미소는 따뜻한 기억이나 사람을 상징한다. ‘명함을 풀어낸다’라는 표현은 자신의 정체나 과거를 드러낸다는 의미다. 과거와 현재, 세월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은 화자의 내면적 여정을 보여준다.

 

오동근 시인은 시골의 조용한 간이역을 배경으로,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상과 외로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따뜻한 기억을 그려낸 작품이다. 자연의 소박한 이미지(베찌풀, 노을)와 인간의 정서(외로움, 추억, 정체성)를 대비시키며, 시간 속에서도 소중한 감정과 기억은 살아있다. 기억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삶을 반추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꺼내준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