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권 칼럼] 한국에 청룡기 전국고교 야구선수권대회가 있다면 일본에는 고시엔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있다.
한국 교포들이 세운 교토국제고가 지난 23일 일본 효고현 갑자원(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106회 전국고교 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관동 제일고를 연장전 끝에 물리치고 2:1로 승리했다.
이는 한국계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106년 일본 고교 야구 역사에서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고시엔 대회는 매년 3월과 8월 두 차례 열리는데 전 일본 3,700개 고교 야구팀 중 각 지역에서 우승한 49개만 참가하는 대회다. 공영방송 NHK가 중개하는 무게가 아주 큰 대회로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대회로 인정 받고 있다. 교토국제중.고는 1947년 제일 동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세운 학교다. 현재 학생 수 159명 중 일본인 학생이 70%로 한국에서 매년 16억 원과 일본 정부 예산 12억 원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학교다.
야구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기 종목으로 야구부를 1999년 야구단을 창단해 일본인 학생 유인 방편으로 창단했다. 창단 후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가 1차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최근 K팝 등 한국가요를 동경해 일본인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초기에는 그야말로 악전고투했다. 1999년 같은 지역 학교와 첫 경기에서 0:34 대패를 당했다. 투수도 1명이었으나 4년 후 첫 승리는 2003년이고 2021년 교토 내 70여 학교를 제치고 고시엔 대회에 나가기 시작한 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프로야구선수를 배출할 정도로 성숙했다.
야구부가 성장하는 원동력은 박경수 전 교장(2017년-2022년)과 현 교장 백승환 교장의 그야말로 정신적,물질적 헌신의 자기희생 터전 위에 일본인 감독 고마키 감독의 불같은 정열이 고시엔 신화를 만들어 냈다.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은 모두 모여 어깨를 서로 얼싸고 안고 소리 내어 기쁨의 눈물을 쏟아 냈다. 이어 응원석으로 달려갔으며 NHK 방송 청취로 일본 전국에 산재해 살고 있는 교포들을 기쁨의 도가니로 TV 앞을 떠날 줄 몰랐다.
2시 30분 양 팀 야구단과 3만여 관중이 집결한 고시엔구장에서 관례에 따라 우승한 학교의 교가가 한국어로 장엄하게 울려 퍼지며 전국에 생 중개되어 많은 시청자를 감동케 했다.
교토국제고 교가도 눈길을 끈다.
(1)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2) 서해를 울리도다. 자유의 종은 자주의 정신으로 손을 잡고서 자치의 깃발 밑에 모인 우리들 씩씩하고 명랑하다. 우리의 학원
이날 온도는 35도 불볕더위 속에 혈전을 벌려 땀으로 얼룩진 양측 선수들이 1루와 3루에 도열해 엄숙하게 교토국제고 교가를 들었다. 3루 관중석엔 국제고 재학생 100여 명이 KOkUSAI(고구사이) 2024년이 새겨진 응원 타일을 열렬히 환호와 함께 흔들었다.
우리말로 불러 진 이 교가를 듣고 70만 제일동포 가슴에 조센징 조센징 소리로 돋아난 암 덩어리가 일시에 사라져 민족의 자긍심이 새롭게 돋아 일본 사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교토국제고 고시엔 진출이 이번이 세 번째로 2021년 첫 진줄 때는 4강으로 이번 대회 우승을 예약했다.
-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신화(神話)
이번 교토국제고가 이룩한 우승은 그야말로 신의 가호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선 열악한 좁은 훈련장으로 선수들이 마음 놓고 힘껏 칠 수 있는 능력 발휘 한계다. 홈런(home run)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연습장 좌익 70M 우익 60M로 낮고 강한 공을 치는 연습밖에 할 수 없는 처지로 학교 자체가 산속에 있어 산 계곡을 하루에도 수십 바퀴 뛰면서 체력과 정신력을 길렀다.
- 마이니치 신문과 아사이신문 평
듣도 보지 못할 야구 하기에 불리한 환경에서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우승 비결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수들은 오직 철저한 훈련과 단련에 집중했다.
작은 공간에서 자유 타격이 불가능한 대신 수비연습에 집중해 사소한 기본기부터 훈련한 결과다. 공 돌리기를 예로 들면 일부러 원바운드로 던지기, 달리면서 던지기, 일부러 떨어뜨린 뒤 집어 던지기 등의 훈련이다.
연습하기에 불리한 환경에서 두 신문사가 본 선택과 집중훈련 이외에도 끊임없이 큰 연습장을 찾아 집요하게 장타 훈련을 계속시킨 학교장과 감독의 열성은 오늘의 영광을 가져다 주었다.
-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이 주는 교훈
국내 일부 체육계는 협회와 선수 사이에 극심한 알력으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결의 실마리 찾기에 분주하다. 이 나라 모든 체육계 관계자들이 교토국제고 야구부 지도자들처럼 오직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노력해 2028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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