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33
매일 쓰는 유서 / 김석림 시인
평생 순명의 멍에 걸머지고 핏빛 땀방울 쏟아 맨손으로 일군 돌작밭 정작 나를 위해서는 한 뼘의 땅도 마련하지 못했구나 이젠 한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주어져도 그걸 채울 수 있는 목숨이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닫는 데 한평생 걸렸구나
월미도 선착장으로 저무는 햇살 한 조각만큼의 시간을 내게 은총으로 허락하소서 이제껏 변변한 작품 한 편 남기지 못했는데 누군가 지우지 못한 추억 더듬어 내 이름 찾으면 미처 고백하지 못한 참회록 시 한 편에 담아서 전망 좋은 찻집에 걸어둘 터이니 그대여, 나를 본 듯 살갑게 반기소서 .......................................................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은 순응(順應)이다. 순명(順命)은 하늘의 뜻을 ‘온전히’ 복종하는 것이다.
김석림 시인은 매일 쓰는 유서를 통해 “평생 순명의 멍에 걸머지고 핏빛 땀방울 쏟아” 살아왔지만 정작“한 뼘의 땅도 마련하지 못했구나”라며 고백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참회록을 통하여 망국민의 삶을 부끄러워했다. 김 시인 또한 윤 시인처럼 월미도의 저무는 햇살과 거울 되는 물결 위에 얼굴을 본다. ‘부끄러움’은 삶과 시를 지탱해주는 근원의 힘이라 참회록을 만든다.
시인의 유서는 신에게 간구(懇求)하는 최후의 만찬을 은유한다. 시대와의 불화, 이 땅의 양들, 이럴 때 진실의 목회자라면 날마다 유서를 쓰는 것이 온당하다. 김 시인의 ‘매일 쓰는 유서’는 예수께서 최후의 순간 ‘엘리엘리라니 사박다니’의 절규로 들리는 것은 무엇일까?. 오, 신이시여! 시인의 고백을 받으소서.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뉴스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