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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과 인간] 날탱이 보고서

최창일 / 이미지 문화평론가 | 기사입력 2024/03/06 [08:16]

[詩想과 인간] 날탱이 보고서

최창일 / 이미지 문화평론가 | 입력 : 2024/03/06 [08:16]

▲ 사진 / 방식 작품   © 성남일보

 

詩想과 인간15

 

날탱이 보고서/ 이늦닢 시인

 

- 삼촌 일기

 

주식, 자본주의 꽃

막노동, 노동시장 꽃

 

새벽 인력시장

4시부터 기다렸건만

재수 없게 나서부터 잘렸다

 

선지 해장국 8천 원

소주 2병 1만2천 원

오늘도 외상이다

 

해가 떠도

해가 숨은 날

일거리 없음에 피가 마른다

 

삼거리 화투 방을 피해 집으로 오는 길

지퍼도 못 연 가방, 연장들이 수런댄다

어깨가 천근이다

 

후드득

빗방울 소리

궁리가 깊어지는 밤이다

........................................................................

 

이 땅의 노동자는 우울하지 않은 날이 드물다. ‘날탱이 보고서’ 삼촌의 일기를 은유하는 시인 또한 세상이 늘상 허망하다. 詩도 새벽 시장을 나간다. 읽어야 할 세상은 너무 많은데 새벽의 거리는 썰렁하다.

 

이늦닢 시인은 노동자가 거센 바람 속에서도 울음의 바퀴를 굴리지 않게 한다. 시누대가 시누대의 몸짓으로 등뼈 끊어질 듯 흔들어도 옆의 시누대를 탓하지 않듯, 자본주의 세상을 은유로 건축한다. 시인의 언어는 속상하여도 소멸의 노래는 부르지 않는다.

 

이 시인의 시적 매력이다. 노동자의 하루, 긴장감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펄럭이는 시의 머리채가 은빛으로 날린다. 선지 해장국과 소주 두 병의 ‘외상’이 이리 떳떳할 수가 없다. 시는 뿌리가 없는 나무를 싹 틔우는 능력자다. 자본주의 세상을 질타하지 않고 아주 멋지게 소주를 마시게 한다. 시는 서정과 풍자적 요설로 나갈 때 문명비판과 깨달음의 길을 보이게 한다. 이늦닢 시인의 이름은 천상, 시인이다. 미어(美語)를 사랑하는 이름. 최창일 이미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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