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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은 들어가도 들어가지 않아도 후회하는 박물관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23/07/15 [10:16]

루브르 박물관은 들어가도 들어가지 않아도 후회하는 박물관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23/07/15 [10:16]

[최창일 칼럼]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퐁네프 다리가 보이는 센강을 가로지르는 노천카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데이트 연인들, 퐁네프 다리에서 다리쉼을 하는 모습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유럽에서는 아메리카노보다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것이 세련된 모습이란다. 진한 커피 향이 양 많은 커피보다 입안 쌉쌀한 맛은 그럴듯하다. 

▲ 루브르 박물관 전경.   © 사진 픽사베이 

커피를 마시면서 학인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나오는 ‘사랑의 열쇠’ 장면은 오늘 보고 있는 다리가 아니란다. 영화를 위하여 다리를 카피한 커다란 세트를 짓고 거기서 촬영을 했단다. 

 

영화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은 지독하게 아름답지만, 영화의 제작 과정은 지독하게 아픈 현실이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는 3명의 제작자가 파산을 당했다. 생각하니 한국에서 개봉 당시 포스터에 있었던 문구다. 1991년 개봉한(2014년 재개봉) ‘퐁네프의 연인’들은 한국에서는 20만이 넘는 흥행을 기록한 영화였다. (당시는 대단한 관객) ‘퐁네프의 연인’들의 흥행으로 ‘퐁네프’라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길 정도였다. 

 

학인이 들려준 영화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테섬의 여러 다리 중 하나를 건너, 루브르 박물관으로 간다. 루브르는 부르봉과 왕궁이었다. 센강 기슭에 있는 요새 한쪽에 있던 유구한 궁전을 헐고 신축한(16세기) 이후 여러 차례 증축과 개축을 거쳐 오늘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발전하여왔다. 일

 

행은 입구의 경비원을 보면서 프랑스의 남자들은 경비도 멋지다며 웃었다. 듣고 보니 키는 별로 크지 않는 경비원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세련되어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경비원의 제복에도 패션이 동원된다는 느낌이다. 

 

대형 건물의 2개는 대혁명 이전에도 존재하였다. 양쪽의 날개 모양의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하였다. 1980년대에 건물의 완공하면서 지하 공간은 주차장과 식당, 쇼핑몰을 넣고 앞마당에는 그 유명한 피라미드 모양의 유리 건물을 세웠다. 

 

학인은 웃으면서 루브르 박물관은 들어가지 않으면 서운하고 들어가면 후회하는 곳이라 한다. 이런 말은 루브르 박물관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로 기억된다. 쉽게 말하면 12시간의 비행거리를 날아와 루브르 박물관을 구경하지 않는 것은 후회가 된다. 하지만 구경을 하다 보면 미라까지를 구경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가에 피곤 끼가 들곤 한다. 

 

200여 개가 넘는 전시실에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유물은 물론, 왕가의 보물, 중세와 근대 유럽까지의 조각, 그림까지는 무려 40만 점이나 된다. 이 많은 예술품을 보면서 하루에 구경한다는 것은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도 된다. 한 달여 머물며 구경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박물관의 유명 그림과 조각을 보고 박물관을 소개하는 안내 책자를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안내하는 유인물은 3층부터 구경을 하고 내려오면서 관람을 안내하고 있다. 그래야만 아래로 내려오며 스핑크스, 밀로의 비너스, 고대 로마 유물, 함무라비법전과 메소포타미아 유물, 르네상스 이후 이탈리아 조각과 회화,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라파엘로의 그림들,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보게 된다. 진귀한 보물은 물론 나폴레옹 3세의 아파트까지 최대한 볼 수 있다고 소개한다. 

▲ 최창일 시인     ©성남일보

안내하는 대로 앞사람들의 등을 보면서 걷다 보면 웅성거리는 느낌의 작품들이 있다. 유명한 <모나리자 상>이다. 오래된 그림이면서도 어제 그린 그림처럼 선명한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대다수의. 그림이 보관 상태가 좋아서 근방 그린 그림 같다.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면 프랑스 지배의 향연이 오늘의 루브르 박물관이 아닌가 싶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1798년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중요한 유물을 가져온 것을 상상하면 그들의 유물을 보물로 보는 시각이 놀랍다. 1886년 로즈 제독의 함대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의궤와 서적을 약탈해간 일이 떠오른다. 기분이 언짢다. 한국과 같은 약탈의 나라들은 박물관을 관람하면서도 같은 감정일 것이다. 

 

예술 작품을 구경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루브르 박물관의 감상감정은 체감의 법칙에 미묘하다. 그들의 예술혼으로 세운 서쪽 건물 앞의 유리 피라미드는 박수를 주고 싶다. 

 

루브르 박물관을 나오면서 긴 의자에 눕고 말았다. 루브르 박물관은, 구경하여도 안 하여도 후회가 된다는 말은 솔직한 표현이다. 

 

다음에 파리에 가면 루브르 박물관보다는 뒷골목, 사람 사는 냄새를 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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