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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나무가 전하는 맑은 생각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23/03/31 [09:51]

가문비나무가 전하는 맑은 생각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23/03/31 [09:51]

[최창일 칼럼] ‘소태(Bitterwood)를 마시는 세상 같아요’ 오랜만에 만난 시인의 말이다. “무엇이 그렇게 쓰디쓴 세상이세요.“ “시인은 조화와 언어를 건축하고 신비한 생각을 말하는 부류가 아닌가요.“

 

배석의 소설가 말에 일행은 웃는다.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냐 한다. 돌아가는 세상은 분간이 어렵다. 갈대밭인지 억새밭인지 구분 안 되는 세상이다.”그 말은 또 무슨 말이세요” “갈대면 갈대고 억새는 억새가 아닙니까“ ”그러기 말이에요” “갈대가 억새밭에서 억새인 척하고 억새가 갈대밭에서 갈대인 척하는 세상이에요” 아무리 들어도 갈수록 이해가 어려운 말을 한다. 역시 시인들은 은유와 직유를 먹고 사는 원류인가 보다.

▲ 가문비 나무.   © 성남일보

말을 이어가는 시인은 요즘 식물과 나무에 관한 전문서를 가까이하고 있다 한다. 무슨 책이냐고 묻지도 않았는데, 가문비나무(Schleske Martin, 독일서 바이올린 제작가, 1965~)에 관한 책이라 한다. 시인은 가문비나무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가문비나무는 악기를 만드는 나무예요. 주로 바이올린을 만드는 나무지요. 고지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나무지요. 곧추선 가문비나무는 아주 위쪽에만 가지가 나지요. 밑동에서부터 40~50m까지는 가지 하나 없이 줄기만 뻗었지요. 바이올린 공판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나무로 태어난 나무 같아요.

 

저지대에서 몇 년 만에 서둘러 자란 나무는 고지대에서 2~3배 넘는 세월에 걸쳐 서서히 자란 가문비나무와 견줄 수 없지요“ “저지대에 자란 나무와 고지대의 차이는 뭐예요” “저지대의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나무는 세포벽이 그리 단단하지 않습니다” 이런 나무는 나이테 벽이 넓고, 늦가을까지 계속 새로운 조직을 만들지요. 늦여름과 가을에 만들어지는 부분을 ‘추재(Late wood)’라고 합니다. 추재 비율이 높은 나무는 세포벽이 두껍고 섬유가 짧아져요. 그리고 아랫부분까지 가지가 무성하지요. 이런 나무로 바이올린을 만들면 바이올린은 매력적인 소리가 나지 않아요“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시인의 ‘생각’과 ‘독서’는 의사의 청진기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은 지루하지만 그래도 가문비나무의 상식을 알게 되니 싫지는 않았다.

 

시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가문비나무는 마치 인간의 지혜를 겸비한 것처럼 보여요. 현명한 인간은 무엇을 버리고 포기할지를 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지요. 

▲ 최창일 / 시인     ©성남일보

고지대의 가문비나무는 어둠 속에 마르고 죽은 가지를 스스로 떨구어요. 그 안에 생명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죽은 것을 떨쳐 낸 자리에서 올림의 진공이 생겨납니다. 나이테가 촘촘하고, 잔가지가 없고, 섬유가 긴 나무, 그것은 바이올린의 가장 적격인 재료가 되지요”

 

그러면서 성직자 같은 말을 이어간다. “가문비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필요치 않은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교훈의 나무지요” 시인은 성직자와 같은 부류라는 말을 들었지만, 오늘의 강의는 진짜 설교 말씀과 같다. 아무래도 시인은 신실한 성직자와 같다. 김수환 추기경이 구상 시인과 친한 친구였다는 말도 스친다.

 

공자는 그런 말을 했다. 사람에게는 울림이 있는 말과 삶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시인이 시를 만드는 것은 인간에게 주는 울림의 편지다. 마음에 전달된 시는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고 했다. 가문비나무는 나무 자체로 끝이 아니다. 공명이라는 새로운 목소리를 통하여 거듭난다. 바이올린으로 거듭난 가문비나무는 사람들에 울림의 악기가 되어 선율로 감동과 영감을 준다.

 

순례의 선구자 파울로 코엘료(1947~, Paulo Coelho) 작가는 말한다. 순례자는 길 위에서 자신의 근본과 소명의 한계를 의식한다. 순례를 나서는 사람은 ‘아는 사람’이 아니라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순례의 길을 나선다고 한다.

 

악기를 만드는 나무는 대부분 어렵고 불리한 고산지대의 조건에서 견딘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이 시대는 영혼이 아픈 사람이 많다. 그들에 시인의 위로가 필요하다는 신경림 시인의 말씀에 귀 기울인다. 오늘 밤은 가문비나무로 만든 바이올린의 연주로 위로를 받아야겠다. 

 

사슴이 눈이 맑은 이유를 말한다. 사슴이 산속을 지나다가 저녁 불빛을 발견한다. 그곳에는 바이올린 연주가 흘러나왔다. 바이올린의 연주를 들은 사슴의 눈이 말갛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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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시인 2023/03/31 [19:51] 수정 | 삭제
  • 가문비나무와 사슴 바이올린의 선율을 듣고 사슴이 올었다는 표현은 비약임에도 싫지가 않다 언어의 연금술사만이 내릴 수 있는 처방이기 때문이기에 이 봄날 어디든지 가면 꽃이 지천으로 흐드러진 계절에 시인의 펜끝에서 불가능은 없기 때문이다 아름답다 시인이여 한끼 굶으면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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