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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일보] 목에 털 달린 잠바가 내 몸을 떠나기도 전에 화단 뜰에 매화가 만개했으니 정말 계절은 속절없이 달리고 제행무상(諸行無常) 만고불변 진리를 온몸으로 느낀다.
우리 아파트단지 경로당 앞 6평 정도 화단에는 사철 푸른 맥문동, 사철나무와 각기 계절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나름대로 잘들 하고 있는 매화, 앵두나무, 철쭉 등이 심어져 있다.
올해도 싱그러운 새싹들이 그 거친 거죽을 뚫고 나와 여리지만 해맑은 힘찬 모습에서 자연의 오묘한 순환 법칙에 새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화단에서 매화와 앵두는 나의 관심 1번지에 두고 비교적 세심하게 하루하루 변화하는 모습을 눈 여겨 본다.
매화는 양재꽃시장에서 일금 만 원을 주고 묘목 두 그루 사다 심었는데 한그루는 적응을 못해 한해 살고 사목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반면 한그루는 용케 몇 년의 겨울을 잘 견디어 올해에는 대강 보아도 백여 송이 넘는 붉고 탐스러운 꽃을 피어 냈으니 대견하다.
아파트단지 내 화단에는 비교적 많은 수목들이 잘 자라고 있다. 특히 30년 경륜에 소나무와 느티나무, 은행나무는 제법 울울창창하고 늠름하며 의젓한 장년의 듬직한 모습과 산소를 내 품어 주민들의 건강 호흡에 많은 도움을 준다.
매화나무는 관리하기가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수종으로 단지 내에는 매화나무가 여기밖에 없다. 이유는 잎을 먹이로 하는 날벌레와 줄기에 자생하는 공깍지 벌레는 소독을 주기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매화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처음 심을 때 새끼손가락 굵기가 몇 년 동안 팔뚝 크기로 자라는 것을 지켜보았다. 여름에 왕성하게 녹색 잎이 제법 싱그러운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시들시들해지면 틀림없이 날벌레들이 잎들에 하얗게 달라붙어 누에 뽕잎 먹듯 야금야금 잘도 먹는다.
주기적으로 소독을 해주지 않으면 매화는 생존할 자생력 없는 수종으로 내 자신 언제인가 이곳을 떠나면 어느 누가 그 매화를 돌볼까 하는 연민의 정을 놓을 수가 없다.
젊은 시절 직장 상사로 연세 많으신 교감 선생님이 사석에서 소아마비 어린 아들을 두고 내 어찌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겠는가 하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처연한 모습이 마치 지금 내가 매화를 보며 동병상련의 감회가 든다.
그리하여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병충해에 강하고 스스로 잘 자라는 앵두나무를 지난해 봄 모란시장에서 구입해 매화 옆에 심었다. 식재후 혹여 추위에 죽지 않았을까, 올해 언제쯤 싹이 틀까하며 노심초사 기다리던 중 다행히 추운 겨울을 잘 지내고 몇 송이 꽃잎까지 달고 왔으니 나의 행복 위에 보탬이 된 것에 감사한다.
예로부터 매화의 덕성은 선비들이 본받고자 하는 사군자(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맨 처음 대두되는 귀한 꽃나무다.
겨울철 살을 에는 모진 추위를 굳건하게 이겨낸 후 향기가 그윽하고 진하며 맑고 단아한 모습의 꽃잎이 마치 군자의 강인한 절개와 지조, 세속을 초월하는 덕성을 지닌 덕에 많은 선비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명색이 선진국이라 칭하는 나라들은 국민 대부분이 꽃과 나무를 정성스럽게 가꾸어 국토를 아름답게 꾸미는 특징이 있다.
- 꽃 가꾸기와 나무관리로 선진국이 된 나라 스위스
국토가 대부분 산악으로 이루어져 무역과 산업의 기반이 없어 곤궁했던 스위스는 좁은 농경에만 의지해 늘 먹을 것이 귀했고 그들은 로마교황청이나 프랑스. 스페인. 왕족을 지키는 용병(머슴살이 군인)으로 취업해 그들이 보내주는 급여금으로 대부분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19세기까지 그들 국민은 가난과 굶주림 어두운 취업 전망으로 북미와 남미로 이주하는 이민 물결을 이루었고 겨우 20세기에 들어와서 농경 중심에서 산업 중심체제 전환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확립에 노력했다.
스위스는 현재 작은 정부 지향과 가벼운 세금 개방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운영으로 복지 혜택을 국민 각자에게 돌아가는 시스템 운영으로 유럽에서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
평균 국민소득 84.000달러로 그들은 금융업 제약업 부가가치가 높은 경공업 제조업와 특히 관광산업에 막대한 투자에 나선다. 마트에서 일하는 점원 월급이 400만 원정도이고 아이가 있는 가정에 소득 500만 원 이하가 되면 적십자에서 후원금이 나오는 복지국가다.
1970년대 어느 해 동료 한 분과 유럽여행 중에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어름 궁전 커피숍에서 알프스산맥 줄기를 따라 전개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 바 있다. 산 정상은 하얀 눈으로 장식되고 산 아래는 잘 가꾼 울창한 녹색 숲으로 둘러 쌓여 군데군데 목장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소와 말 양들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톱니바퀴 산악열차를 타고 서서히 내려오면서 드문드문 보이는 주택들 발코니에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조그마한 화단에는 어김없이 정성스럽게 가꾼 꽃들이 화사하게 핀 것을 보노라면 자연 힐링(Healing)의 감을 주게 되니 여행자들은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마을 어귀에 있는 큰 나무에는 관리자 성함이 부착되어 나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나무사랑 꽃 사랑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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