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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일 칼럼] 세상을 바꾸는 잡지의 표지, 이중섭, 천경자, 샤갈도 그렸다. 잡지 표지는 창조하는 문학의 길이며 시작이다. 국립중앙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이건희 특별 컬렉션에서도 잡지의 표지그림이 시선을 끈다.
박노수, 김환기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심혈의 역작이다.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전 잡지는 아름답고 세상을 향한 여정의 기록들이었다.
1972년 10월에 발간된 ‘문학사상’ 창간호 표지는 구본웅 화백의 ‘친구초상‘ 천재 시인 이상을 그렸다. 고 이어령 선생이 창간한 문예지다. 이어령 하면 88올림픽이 생각된다. 그래서일까 그는 88과 인연인 88세 되는 해에 눈을 뜨지 않았다. 문학사상 표지는 이상 시인의 외형과 작품의 세계를 나타낸 듯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화가들의 잡지 표지는 그냥 삽화가 아니다.
김환기 화백은 <수필화 여담>을 통해 표지화에 대한 소회를 말한다. “나는 신문잡지에 컷 같은 것을 그리는 데 땀을 뻘뻘 흘린다. 번번이 약속 기일을 넘기는 것도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재미난 생각이 안 나고 잘 되지가 않아서다. (중략) 표지 장정은 더 어렵다. 책의 얼굴이 되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해진다. 속 몸이 아무리 예뻐도 어색한 옷을 입혔다간 우스운 꼴이 되고 말 것이 아닌가.”
50년대 60년대만 하여도 당시 기술로는 축소 인쇄가 쉽지 않았다. 표지화는 책의 크기에 맞춰 조그맣게 그리는 건 거장에게도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천 그루 울창한 숲도 도토리 한 알에서 시작된다”라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처럼 잡지의 표지는 내일을 품은 희망의 약속을 표현하는 창작의 시작이다.
창조적인 것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화가의 아이디어가 작은 씨앗의 싹을 틔우고 구체화해서 많은 사람을 즐길 수 있도록 기성 질서에 창조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로 한글 전용 가로쓰기를 한 잡지, ’뿌리깊은나무’는 우리 잡지사에 대표적이다. 1976년 잡지가 창간될 때만 해도 ‘잡지 제목을 한글로 적으면 망한다’라는 불문율이 있었다.
‘뿌리깊은나무’는 제목부터 본문까지 순 한글을 지향했다. 한문 투의 낡은 관습을 부쉈다. 국내 잡지 중 처음으로 표지부터 내지까지 전문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긴 잡지로 기록된다. 발행인은 한국 브리태니커 사장을 역임한 한창기였다.
‘뿌리깊은나무’는 용비어천가에서 비롯되었다. 표지(사진)는 투박한 할아버지의 쌀을 든 손이었다. 1980년 전두환 정부의 언론 통폐합 때 강제 폐간되기까지 독자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았다. 당시 구독자가 6만 명에 달했다.
창조는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창조이다. 창조성을 미술과 언어로 발휘하는 것은 영혼을 위해 그런 작업을 하는 필수다. 정부가 창조의 예술을 닫는 것은 필요의 적이다. 1908년 창간된 한국 최초의 근대적 종합잡지 ‘소년’이 오늘날 잡지의 시작이 되었다.
‘소년’지의 발행인은 최남선의 형인 최창선이다. 한국 잡지협회는 소년의 창간일인 11월 1일을, ’잡지의 날’로 제정했다. ‘시의 날’도 ‘소년’의 잡지 창간일을 기념하여 ‘시의 날’이 제정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잡지의 표지화에 화가의 그림이 들어가는 경우는 ‘타임’지 경우도 있다. 1968년 5월 24일 발행된 ‘타임’ 지에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그리기도 했다. 앤디 홀이 그린 ‘보그’ 1983년 12월호 표지는 그레이스 켈리의 딸인 모나코 공주의 초상화를 그려서 시선을 모았다. 뱅크시는 ‘타임아웃‘ 시드니를 2010년 6월호 표지를 그렸다.
’타임‘지는 이 외에 샤갈의 그림을 1965년 7월 30일 자에 표지화로 발행했다. 우리나라의 ’현대문학‘과 같은 잡지들이 이중섭의 그림을 1956년 5월호, 1961년 12월호,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1969년 6월호에 발행했다. 화가들의 표지화는 경매시장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된다.
지나간 시간, 잡지의 표지를 보면 시대의 뒷모습이 보인다. 영감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고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잡지의 사명과 같다.
시도반은 시간이 나면 서점에 들러, 잡지코너의 표지를 보는 것이 취미다. 각 잡지가 담고 있는 생활상과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표방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연말까지 한국의 첫 잡지 150종을 특별 전시하고 있다.
흩어지는 작은 목소리를 붙든다. 눈을 맞추어 우리들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잡지의 표지는 전하고픈 진심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기획 의도는 진정 기쁜 것은 어제의 소중한 발자국을 전해준다는 의미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하나의 길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잡지의 표지를 통해 전해준다. 아름다운 것은 깊은 지혜다. 그 지혜의 디딤돌을 만남이 행복이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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