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별을 노래하다 별이 된 사람들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22/08/07 [21:46]

별을 노래하다 별이 된 사람들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22/08/07 [21:46]

[최창일 칼럼] 별을 본다. 어둠의 문을 여는 별빛에 눈을 올리는 것은 지구인 모두의 눈동자다. 빈센트 고흐는 죽기 전까지 별을 그리는 것이 생의 절반이었다. 우주 공간의 95%가 암흑이다. 

 

고흐는 우주 공간의 95%가 암흑이라는 과학적 사실은 믿지만, 그림의 세상에서는 그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고흐는 어둠에서 별을 빼내어 코발트블루에 박힌 별들로 표현하고 싶었다. 고흐는 해바라기가 피는 계절 이외는 남프랑스 아를에서 몽환의 별을 그렸다.

  

미국의 여성으로 최초 천문학자가 된 애니 점프 캐넌도 고흐와 같이 별을 죽도록 사랑했다. 애니 점프 캐넌(Annie Jump Cannon, 1863~1941)은 별을 좋아하는 소녀로 여자대학으로 명문인 웰즐리 대학에 입학하고 별에 대한 호기심을 보탠다. 과학과 신문물이 발달한 미국이라도 19세기에 여성이 천문학으로 전문직에 종사란 가당치 않았다. 

 

캐넌은 천문학에 유리 천장을 뚫은 최초의 여성이다. 그가 참여하여 23만 개의 별들을 헨리 드레이퍼 카탈로그에 수록하였다. 그뿐이 아니라 캐넌은 혼자서 300여 개의 별을 발견하기도 했다. 1934년 캐넌을 기념하기 위해 여성 천문학자를 위한 ‘애니 점프 캐넌 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별을 유달리 사랑한 나라도 있다. 한국이다. 시적 상상으로 별을 노래한 나라는 한국을 따를 나라가 없다. 그것을 증명하는 기록이 진형형으로 존재한다. 세계 방송 기록상 ‘별이 빛나는 밤’(10시 5분에서 자정까지 2시간 방송)이라는 프로그램으로 54년째 방송을 하는 나라는 우주 공간에 유일하다. 1969년 3월 17일 처음 편성된 방송은 별을 노래하는 방송이다. 

 

아나운서 오남열이 초대 DJ를 시작으로 차인태, 고 이종한 박원웅, 이문세를 비롯하여 27대 ‘별 밤 지기’ 김이나가 DJ를 맞고 있다. 오프닝 곡은 10대 ‘별 밤 지기’ 김기덕이 고른 Franck Pourcel의 Merci Cherie를 쓰고 있다. 제목보다 멜로디가 익숙한 오프닝이 되었다. 

 

11년의 기간, DJ를 맡았던 이문세 별 밤 지기는 밤의 대통령, 또는 문교부 장관이라 하기도 했다. 문교부 장관이라는 칭호는 중. 고등학교 학생의 청취율이 높은 이유로 보인다. 물론 대학생과 일반인까지 폭넓은 청취율을 가지고 있다. 시작할 당시는 지금처럼 방송프로만은 아니었다. 청소년 교양 진작 차원의 명사와 대담프로그램이었다. 

 

과거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청취율 ‘본좌급’에 속했다. 지금이야 인터넷 등의 매체가 퍼져 과거의 영광은 미치지 못하지만, 인터넷 방송이 전무하던 시절에는 테이프 녹음한 방송내용을 손수레에서 팔 정도였다.

▲ 최창일 / 시인     ©성남일보

인문계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뒤 학생들의 귀가 버스에서는 아주 높은 확률로 이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피곤함에 지친 학생들에게 피로 해소제와 같은 삶의 활력이 되는 방송이었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의 장면에는 주인집 아가씨가 유성(流星)을 보며 “저게 뭘까”하고 묻는다. 목동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라 대답한다. 

 

다음 문장은 소설의 백미로 꼽힌다. ‘몇 번이나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수많은 별 중에 가장 귀하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었노라고. 그리고 그 별은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이럴 때 별은 세상에서 가장 정성스럽고 순정한 ‘영혼의 빛‘이다. 우리가 이 명구에 밑줄을 치는 것은 이토록 순수하고 아름다움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다.

 

최은하 시인의 ’별과 함께 살고지고’시의 일부를 보면 ‘별이 뜨지 않는 날이어도/창문을 열어 놓는다.//별을 안고도 별이 그리워서/별을 심고 가꿔/ 대낮에도 별을 찾아 살고지고//’

최은하 시인의 호는 ‘별밭’이다. 시인은 “고향을 떠나 살면서부터 나는 별 하나를 품고 산다“고 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은 별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일 것이다. 별 하나의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 등의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새겨보다가 마침내 어머니, 어머니’하고 사무치는 이름을 연거푸 부른다. 그러나 이들은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너무나 멀리 있어 ‘가슴 속에 하나둘’ 새겨둘 수밖에 없는 외로운 이름이다. 

 

윤동주의 ‘서시‘에서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할 때 우리는 어제도 그제도 별이 바람에 스치울 것을 안다. 

 

윤동주의 별들은 ‘별이 빛나는 밤’에 유난히 반짝인다. 윤동주, 고흐는 분명 별이 되어 오늘 밤에도 반짝일 것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K팝을 사랑하는 것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별을 사랑하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별은 시가 되고 노래는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가 별들의 수효를 세시고 그것들을 다 이름대로 부르시는 도다.“ (시편 147편 4절)

  • 도배방지 이미지

  • 종로시인 2022/08/08 [16:27] 수정 | 삭제
  • 별을 노래하다 표현 방법에서 별을 제한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별을 바라보고 별을 노래하고 별을 세어보고 .... 누군들 별과 대화를 나누며 꿈을 꾸지 않았겠는가 윤동주도 별에서 태어나고 윤동주를 통해서 본 별에 열광하고 닮고싶어 끄적거리다 위작을 한다 사랑도 별처럼 반짝이고 그래서인가 예전에는 군인들이 가져온 건빵에도 별사탕이 들어 있었지 별이 빛나는 밤에의 오프닝 음악은 심장을 열고 DJ의 솜사탕 같은 목소리를 들으면 이미 별을 만나고 있었다 별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직도 친구라 할 수 있지않을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