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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와 하모니카의 인생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22/06/29 [09:34]

피리와 하모니카의 인생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22/06/29 [09:34]

[최창일 칼럼]곰보도 좋고 빡 보도 좋으니 다 내게로 오라동네 노총각이 술을 마시면 골목에서 외치는 소리다. 전쟁통에 부모와 헤어지고 품팔이를 하면서 그날그날 살아간다. 40을 넘긴 나이다.

 

노총각은 하모니카와 피리를 좋아했다. 시도반에게 그랬다. 피리를 부는 것은 피리가 나와 닮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서 소리를 낸다. 몇 개를 막으면 소리가 되고 몇 개를 막으면 한이 된다. 술을 마시고 노래 부르는 나의 모습과 같다. 

뚫린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 하모니카도 그렇다. 뚫린 가슴 가슴으로 석양의 노을이 넘어간다. 어느 날은 하모니카 소리에 넘어가는 석양이 주춤거리고 넘어가지 못한 적도 있다 했다. 허풍인지 사실인지 모르는 말을 한다. 시도반은 그의 말을 믿고 싶다.

 

우리 동네 총각뿐 아니라 현대인은 한도 많고 피곤하다. 예능 프로에 나온 의사는 자신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년 매출 천억을 순식간에 넘긴 것은 한국사회의 특수성이라 한다. 매년 10%의 성장을 보였으나 금년에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진출까지 200%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한국인은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툭하면 머리가 아프다는 말도 언제 어디서나 듣는다. 한국 사회는 만성피로의 사회다. 만성피로증후군도 한해에 25000여 명이 발생한다는 통계다.

 

독일에서 교수 생활을 하는 한병철 철학자는 2012피로 사회라는 책을 펴냈다. 자기 착취 속에 살아가는 우울의 시대를 철학자의 관점으로 말한다. 독일에서 먼저 출판된 책은 독일의 주요언론은 물론 독자들의 반응이 컸다. 저자는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는 피로증후군이 자동으로 따르기 마련이라 한다.

 

성과 사회는 끝없는 성공을 향한 유혹에 노출이 된다. 하지만 과정에서 점점 괴로움을 느끼는 사회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면 장애자도 많다. 이와 같은 것은 비단 한국뿐이 아니다. 세계인이 수면 장애를 겪는다. 세계수면의 날이 있을 정도다. 수면 장애를 극복하는 건강식품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다.

 

1963년에 나온 박카스 드링크제는 한국인의 대표 피로해소제가 되었다. 마치 박카스 한 병을 마시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회사를 방문하거나 병문 환을 가면서 드링크제를 준비하여 찾아가는 것은 한국사회의 흔한 일이다.

 

홍대를 지나다 보면 삼진제약사의 우뚝 선 사옥이 나타난다. 삼진제약의 효자 약품은 게보린이다. 한국인에게는 여러 사연 속에 두통 자가 많다. 선전 문구처럼 한국인에게는 맞는 두통약처럼 찾는 사람도 많다. 약사에 의하면 한국인에게 두통약은 상비약과 같다고 한다.

 

선거가 끝나면 두통약은 더 많이 소비된다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의 여건 전반이 두통약을 복용하게 하는 사회가 분명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배신, 사랑, 행복, 놀람, 슬픔 등의 감정을 수반하는 가운데 살아간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떤 상황을 접하며 상황 속에서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인간이다. 상황 논리에 앉아있는 것이 인간이다.

 

두통이나 우울은 불필요한 자기감정의 요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매정하다. 성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것의 성과가 요구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내가 당인이 아니라 해도 내가 지지한 사람이 낙선하면 상처가 된다. 

▲ 최창일 / 시인     ©성남일보

타인과 비교가 되는 것이 인간이다. 분명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우울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내 개인의 삶의 태도를 위하여 종교를 갖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면서 나의 상처를 도려내려 애를 쓴다. 장가 못간 노총각의 술 취한 호소를 스님이 듣고 웃었다. 나는 칠순이 되어도 장가를 가지 않았다. 뭔 쓸데없는 술주정이냐고 핀잔이다. 어디까지나 우스개 농담이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 비교하면 인간에게는 여러 증상이 수반된다. 내가 스스로 만족하면 그것이 성과다. 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이웃과 비교를 하면 늘 피곤하다. 좋은 정치는 없다. 10년 주기라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간다. 흘러가는 세상을 내가 붙잡기에는 벅차다. 피리를 불자. 하모니카를 불자. 늘 막힘이 없는 인생은 그 어디에도 없다. 스스로 피리가 되어 뚫린 구멍을 막았다 띠면 춤이 된다.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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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시인 2022/06/29 [21:51] 수정 | 삭제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답답할 때는 피리도 불고 하모니카고 불고 그렇게 신선처럼 살면 좋으련만 세상이 그렇게 한가한가 요즘 뭐가 뭔지 모르게 바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몸이 느려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어설프지만 집안 일 하면서도 경제활동도 했는데 지금같으면 어림도 없었을 거 같다 석양을 바라보며 부는 하모니카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일까 생각만 해도 눈이 감기는 것 같아 우리나라의 만병통치 피로제로 자리잡은 박카스 재밌는 현상이다 오늘 시인은 피리와 하모이카 그리고 박카스 게보린으로 한 상 잘 차린 상이다 현대인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최소한 자살은 막을 수 있는 상비약이라고 생각된다 며칠 쩨 매스컴을 보며 뭔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드는 뉴스가 있었다 일가족 3명 실종사건 ...... 바다에서 차를 찾아내고 모두가 하는 말은 앞으로 무슨 고생을 해도 좋으니 바다에서 건진 차가 비어있기를 바랬다 바라지 않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는 암담함이란 아이는 무슨 죄인가? 고생할까봐 데리고 간다고? 죽을 용기가 있다면 살 수도 있지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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