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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블록체인인가?

전하진 /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전 국회의원 | 기사입력 2018/05/21 [10:42]

왜 블록체인인가?

전하진 /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전 국회의원 | 입력 : 2018/05/21 [10:42]
▲  전하진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성남일보 

[오피니언] 실업률 증가는 아마도 모든 국가의 골치 아픈 현안일 것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각 가정에서도 가장이나 자녀들의 실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신하는 새로운 일자리는 과연 무엇일까? 공무원 수를 늘리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일자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 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기 위해 인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 엿볼 필요가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 중에 하나의 종에 불과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초기에 인간노예들의 에너지를 이용해 문명을 건설하면서 지구촌의 지배자로 변신을 시작한다. 그 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수많은 기계노예들을 창조하고 그들의 주인이 되었다. 20여 년 전 정보화혁명 그리고 최근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계노예의 파워는 근력과 감각은 물론이고 지적능력 마저도 인간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현대인은 이러한 기계노예들을 수백 내지 수 천 개를 거느리고 산다. 과거 로마시대에 귀족들은 ‘노예를 몇 명 부리냐?’ 라고 인사를 나눴다고 하는데, 현대인은 ‘기계 노예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가 부의 상징이 되었다. 자동차, 냉장고, 스마트폰 등등 주변을 돌아보면 주인님을 기쁘게 하려는 수많은 기계노예들이 눈에 밟힌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가 생존의욕구, 안전욕구, 사회적욕구, 존중의욕구를 채워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아실현욕구를 추구한다고 보았다. 인류 역사는 이런 욕구 충족을 위해 수많은 기계노예를 창조하면서 슈퍼맨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듯하다.

 

좋은 일자리는 상위 욕구를 충족해 주는 일자리여야 한다. 부모세대는 생존욕구만 충족되어도 만족할 수 있었지만 지금 청년들은 적어도 4단계 욕구인 존중의욕구 정도가 충족되어야 일자리로 인정한다. 문제는 그 마저도 기계노예들의 몫이 되어가고, 이제 청년들은 최고단계인 자아실현욕구가 구현되는 즉 일과 삶이 일치되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아실현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아실현인’이기보다는 ‘화폐노예’에 가깝다.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돈을 버는 데 시간을 소비한다. 그 돈이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아 줄 것으로 착각하고 산다. 하지만 삶의 의미는 돈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삶의 의미가 부여되면 의미 있는 일이다. 무의미는 죽음과 같다. 부끄럽게도 자살률 세계 1위인 우리 사회는 무의미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의미를 부여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제 새로운 일자리는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늘려서는 의미가 없다. 자아실현 욕구가 구현될 수 있는 교육, 사회적 인프라 등 사회전반이 개혁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의 통념을 깨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계노예들과 일자리를 놓고 이길 수 없는 투쟁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한계비용이 줄어들고 기계노예들의 활약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존의 일자리는 사라지겠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아실현인’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들은 스스로 시간을 통제하고,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과정과 결과에 대해 정교한 평가 즉 자산화를 시도하게 된다. 만약 기초생활이 안정된 가운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바 아니겠는가.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개인의 가치를 자산화 하는 길을 열었다. 개개인의 가치를 정교하게 암호자산으로 정의하고 이를 암호화폐로 만들어 유통시키게 될 것이다. 인터넷 환경에서 가치가 정보처럼 유통되는 세상이 다가 온 것이다.

 

정보혁명에 이어 가치(價値)혁명

 

대략 20년 전에 우리는 인터넷혁명을 경험했다. 인터넷에 대한 기대감으로 닷컴 기업들에 돈이 몰리고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때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은 인류가 그 이전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방식의 소통이었다. 다수가 시공을 초월해 마치 한 자리에 있는 듯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기대에 편승하여 수많은 닷컴 기업이 생겨났지만 대부분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과 실패는 우리의 일상으로 녹아들어 지금은 인터넷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인류의 신경망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이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는데 불과 20년 정도가 걸렸다. 그동안 세상은 가까워졌으며 개인의 목소리는 강해졌다.

 

정보화혁명은 인간에게 소통과 감각의 고도화라는 선물을 주었다. 정보화혁명 이전에 멀리 외국에 있는 가족에서 전화를 하기 위해 특별한 날을 잡아, 한 자리에 모여 앉아 국제전화를 신청하고 전화 요금 걱정에 ‘잘 있냐?’는 짧은 인사를 돌아가며 했던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무료로 무한정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혁명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 기반 위에 이제는 돈, 계약서, 등본, 증명서 등 가치(Value)가 마치 정보처럼 날아다니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돈이 정보처럼 날아다니면 기존의 거래가 광속으로 변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순식간에 돈을 전달 수도 있게 되었다. 그것도 은행이나 환전소와 같은 제3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히 혁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리가 가진 가치를 암호자산(CryptoAsset)으로 정의하고 이를 징표화 하면, 그동안 화폐화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다양한 가치들을 유동화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우리 삶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그리고 그 의미를 징표화 하는 일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토큰화(Tokenization)다.

 

지금까지 우리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화폐화(Monetization)는 이 세상의 공유자원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가공하고 파괴한다. 엄청난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것이 더 많다. 그것들은 사용을 강요하다 이내 쓰레기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인류는 그 쓰레기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돈은 늘 이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미래가치는 늘 현재가치보다 많아야 되므로 현재는 늘 부족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하지만 토큰화는 가치를 있는 그대로 징표화 한다. 이 과정에 이자는 없다. 그러므로 가사노동, 봉사, 나눔 등, 화폐화가 불가능한 가치들도 교환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블록체인의 추구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는 정부와 금융기관 등에서 벌어지는 검은 돈의 실체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암호학자는 디지털세상에서도 누구도 수정할 수 없는 원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짧은 논문으로 제시했고, 이에 동참하는 동료들에 의해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화폐를 창조했다. 이후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약 400조원의 시가총액을 이루며 디지털 세상에도 원장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것이 유통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인터넷 세상에 가치가 유통되게 만든 것이다.

 

블대륙의 탄생

 

이렇게 비트 코인은 전 세계 어떤 나라도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난 10년 간 디지털 화폐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합의구조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 지향하는 철학이고 이를 토대로 암호화폐가 창조되고 그것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자산이 토큰으로 재정의 되면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는 코인들이 거래되는 세상을 신대륙으로 정의한다.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대륙이라는 의미로 ‘블대륙’이라고 부른다.

 

블대륙은 비트 코인이라는 디지털금과 같은 것을 중심으로 물물교환이 주축이 되는 경제대륙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경제와 대비되는 하늘경제이기도 하다. 블대륙의 질서는 다수가 합의한 코드에 의해 통제된다. 지상경제와 다른 점은 국경이 없다는 점이고, 인플레이션 등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지상경제는 이익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블대륙은 공유, 공존의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BaaSid.io 라는 프로젝트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미국의 멤버들이 모여 전 세계 사용하지 않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을 빌려 IDC 센터와 같은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각 가정에 쓰지 않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wifi에 연결하고 BaaSid 앱을 설치한 후에 사용하지 않던 컴퓨터의 저장 공간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BAS토큰을 받는 것이다. BaaSid는 이렇게 모은 저장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저장 공간처럼 만들어 이 공간을 활용하여 크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이용자는 BAS토큰을 구매해서 BaaSid에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BAS토큰은 전 세계 흩어진 수만 명의 컴퓨터 제공자들의 수익원이 된다. 다시 말해 이 생태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BAS토큰으로 이익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버려져 있던 컴퓨터를 모아 하나의 컴퓨터처럼 활용하는 이런 생태계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아니면 결코 만들기 어려운 모델이다. 기존의 기업구조와 법정화폐로는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게 필요 할지 모른다.

 

개인의 가치도 역시 토큰화를 통해 유동화 할 수 있다. 내가 쓴 글, 나의 병원기록, 나의 경험기록 등 지금까지 개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던 그런 행위들을 토큰을 발행하여 유동화 할 수 있다. 스타들이 토큰을 발행하고 그 토큰을 펜들이 구매해 줌으로서 스타와 펜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형태도 가능해 진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모델이 쏟아지겠지만 대부분은 지상경제처럼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모두가 함께 이익과 책임을 공유하는 형태가 된다.

 

블대륙에서 통용되는 토큰이 발행되었다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지상경제의 자산이 블대륙 경제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2027년에 세계 경제의 10%정도가 블록체인 기술 위에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보다 5배 정도의 큰 경제대륙이 형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리핀의 경우 1년에 해외송금액이 36조원에 달한다. 지금은 여러 은행을 거쳐 송금이 되지만 이것이 만약 토큰화 된다면 아들 스마트폰에 있는 토큰을 부모 스마트폰으로 넣어주면 된다. 만약 36조원에 이르는 송금액이 토큰화 되면 그 토큰은 전 세계 필리핀 사람들의 거주 지역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될 것이다. 국민의 30-40%만이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스마트폰은 모든 국민이 다 갖고 있는 많은 개발도상국은 기존의 금융시스템보다 블대륙 금융시스템이 훨씬 유리하다.

 

현명한 국가라면 블대륙과의 관계를 통해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재빠른 국가들은 이미 블대륙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벨로루스, 지브롤터, 몰타,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푸에르토리코 등 이름도 낯선 국가들이 블대륙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기회를 잡으려 하고 있다. 지상경제의 강자들은 애써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의 주크시는 2만 명 정도가 거주하던 작은 도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외부인의 3만 명이 넘게 들어와 블대륙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각국은 블대륙과의 관계 설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블대륙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지 아니면 대한민국처럼 블대륙으로의 항구를 페쇄하고 기회를 져버릴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5년 정도면 새로운 기회의 땅 블대륙의 리더들도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필자는 블대륙을 선점하는 자들이 향후 100년을 리드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가 이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후세들에게 두고두고 욕먹을 짓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우리의 역사를 거꾸로 돌렸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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