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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조국의 운명을 달리 만든 사람

최창일 / 시인 · 한국문인협회 대변인 | 기사입력 2017/11/13 [09:12]

여행을 통해 조국의 운명을 달리 만든 사람

최창일 / 시인 · 한국문인협회 대변인 | 입력 : 2017/11/13 [09:12]
▲ 최창일 교수.     ©성남일보

[최창일 칼럼] 서울 은평구에서는 문인 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진관지구 아파트촌을 지나다보면 은평구와 인연이 있는 문인 사진을 대형 벽걸이로 만들어 놓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작가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

 

어려웠던 시절, 가난한 작가들이 이곳저곳 셋방살이를 거치다보면 서울시내 여러 구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형편상 작가들은 은평구와 인연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작가 대열에 한비아 여행가가 끼여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한비아는 소설가나 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가 대접을 받고 있었다. 비록 그가 수필가나 평론가는 아닐 지라도 누구보다도 많은 여행 견문록을 펴낸 사람이기에 거기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어느 누가 한비아를 작가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비아가 은평구에 얼마나 거주 하였는지 알 길은 없다. 어떻든 은평구를 한때나마 둥지를 틀었던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를 은평구에서 작가 대열에 넣을 리가 만무하다. 한비아의 견문록은 괴테나 셰익스피어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오묘한 진리가 들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보다 더 해박함이 기록되어 있다.


‘여행을 위하여 여행을 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한비아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그렇게 말하면 고려시대 문익점도 거기에 속한다. 문익점은 여행에서 가져온 목화씨로 한국의 섬유문화와 부농을 만든 사람이다. 문익점이 중국에 가게 된 배경은 여행이 아니었다.


고려 공민왕(1359년)시절은 그야 말로 끓임 없이 구태타가 횡횡하던 시기였다. 문익점은 어수선한 국내의 환경 속에서 원나라에 사신으로 파견 되었다.

 

그는 성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성리학이라는 말은 사람의 성품과 의기, 우주의 원리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중국 송 대에 들어와 공자와 맹자의 유교 사상을 '성리(性理), 의리(義理), 이기(理氣)' 등의 형이상학 체계로 해석하였는데, 이를 성리학이라 부른다. 성리학은 보통 주자학, 정주학, 이학, 도학, 신유학 등으로도 불리며, 송의 주희가 이를 집대성하였다.

 

이러한 문익점이 지금으로 따지면 왕의 특사였다. 특사의 내용은 공민왕을 쫒아내려는 기황후를 설득하려 원나라에 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익점은 특사의 목적을 성취하지 못하게 되었다. 기황후의 설득은 실패로 끝나고 만 것이다.

 

문익점은 조국을 배신했다는 문책의 입장이 되고 말았다. 세상사는 실패를 기회로 만든 사람이 영웅이라 하지 않았던가? 문익점은 일생일대의 모험을 건다. 조국의 헐벗은 농어촌의 부농을 위하여 목화씨를 가져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당시 목화씨를 반출하는 것은 목숨을 부재할 수 없는 엄한 실정이었다. 지금은 식물과 동물의 반입이 각종 병균과 동식물의 교란이 문제되어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당시는 지금의 상황과는 달랐다. 단지 자국의 식물은 무조건 반출이 금지 되었다. 금지품목의 씨앗을 가지고 나가면 무조건 사형 이었다. 요즘은 외교관의 면책 특권이 있다. 당시는 면책특권도 없던 시절이다.

 

문익점은 목화씨 10개를 붓 대롱에 가져왔다. 문익점이 목화씨를 가져 왔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재배하고 널리 알리는 데는 많은 수고자들이 있었다.

 

특히 열 개의 씨앗 중에 마지막 한 개의 씨앗만이 목화씨가 싹을 틔우는데 성공한 그의 장인 장천익, 목면을 짤 수 있게 해주었던 남강이 그리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옷감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물레를 발전시킨 그의 손자 문래 등도 문익점을 더욱 빛나게 하였다.


여행은 한 장의 사진을 만든다고 했다. 문익점의 여행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니었다. 한국인이, 아니 세계인이 입고 있는 삼베옷을 만들게 하였다.


여행은 우리가 꿈꾸었던 세상을 만드는 것. 떠나자, 이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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