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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에서 울리는 조종(弔鐘)의 소리여!
의원발의 부결사태는 의회기능 '포기'

시의회 정체성 되돌아 보아야 할때

권석중 | 기사입력 2003/10/06 [08:49]

시의회에서 울리는 조종(弔鐘)의 소리여!
의원발의 부결사태는 의회기능 '포기'

시의회 정체성 되돌아 보아야 할때

권석중 | 입력 : 2003/10/06 [08:49]

[전문기자의 눈] 시의회에서 조종(弔鐘)소리가 들린다. 구한 말 위암(韋庵) ‘장지연’ 선생이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쓰던 그 때에도 이러한 ‘조종’(弔鐘)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처연한 심경이다.


비록 41명 시의원의 1할도 못 채우는 소수이지만 그들이 지켜 온 것은 시의회 권능의 9할이었다고 평가해도 모자랄 몇 몇 시의원들에게는 실로 미안한 일이나, 그들이 자신들의 양심과 위의(威儀)를 지키려면 자진사퇴라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고언하지 않을 수 없다.








▲성남시의회 본의회 장면.     ©성남일보


권리는 의무의 또 하나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이번 시의회 109회 임시회에서 일어난 ‘의원발의 의안’ 무더기 부결사태는 시의회의 직무유기이고 시민의 권리를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시의원들의 직무포기에 다름 아니다.


특히, 이들 의안의 부결과정에서 나타난 ‘발의 의원 반대표’는 극한의 처연함을 불금하는 희극 중의 희극이다. 자신이 낸 발의 의안에 반대표를 내고도 해명 한 마디 없는 자들이 어찌 민의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가. 그들은 자신들에게는 자진사퇴 조차 권하지 않는 언론의 참담한 심경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지방분권화에 따른 성남시 조례정비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수정, 중원지역 의료공백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성남시 여성 시의원에 대한 폭력연행 규탄 결의안’, 등 세 의안의 부결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시의회의 현실을 웅변한다.


누차 지적한 바 있거니와, 현재 성남시 행정의 최고 전범이어야 할 ‘성남시 조례’가 얼마나 조악(粗惡)한 것인지를 안다면 개원 12년이 지난 오늘의 시의회가 무엇보다 먼저 손을 대야하는 최우선의 과제는 조례정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2년 동안 의원발의로 제정된 조례는 열 손가락이 남는다. 거의 모든 조례가 중앙집권시대의 지방통제 기관이었던 현 행정자치부가 내려보낸 ‘표준조례안’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이것은 시의회가 집행부의 ‘무수정 원안통과 조례 거수기’였다는 반증이다.


봄부터 초가을까지 온통 시민사회를 달구었던 ‘시설관리공단운영조사 특별위원회’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가. 부실한 자치입법권의 행사는 집행부의 편의지향적 행태를 조장하고 민선시장의 엽관주의적 오만을 방관하며 지역사회의 불안정과 균열을 결과한다.


시장을 ‘조사특위’의 증인으로 채택해서 시의회의 위의(威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은 결국 시의원 자신들에 의해 무위로 끝났지만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시의회에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절망의 시작이었다.


국가든 지방정부든 그 본의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제일의로 한다. ‘수정 중원지역 의료공백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은 시의 적절하고 또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다. 원안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서 의결하면 되는 일이다. ‘아직까지 병원을 짓겠다는 곳이 없다’는 반대토론은 사흘도 안돼 모 대학병원이 건립의사 표명을 했다는 집행부의 발표에 의해 무색할 꼴이 되고 말지 않았는가.


‘성남시 여성 시의원에 대한 폭력연행 규탄 결의안’ 부결도 그렇다. 알려진 전후 사정을 보건대 분명 성남중부서는 과잉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의회의 ‘알아서 긴’ 결과는 부결에 찬성한 시의원 자신들에게 시의원 하시(下視)의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상정 당시 찬성 서명한 24명 중 표결에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8명에 대해 누항에서 ‘무슨 경찰에 발목 잡힐 일이 있었던게지’ 하는 조롱으로 비하하는 것은 공감이 가는 바가 적지 않다.


그동안 법 제도적으로는 ‘기관대립형’이라는 수평 저울의 한 쪽에 위치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집행부와 불균형할 수 밖에 없는 시의회의 전문성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격려와 기대를 아끼지 않아 온 기자의 심경은 실로 비통하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의 본질은 ‘전문성의 격차’가 아니라 시의회가 어느 곳에 위치해야 하는지, 어떤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지 헷갈려 하는 ‘정체성의 부재’라는 것이다. 어느 민족의 정체성이 어떠한 지는 그들 자신만이 확인 가능한 것처럼, 지금 시의회와 시의원 저마다는 대 집행부와의 관계에서, 대 시민사회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처절하게 들여다 보아야 할 때다.


그렇게 다시금 정돈하지 않는다면, 지금 시의회 스스로가 울린 조종(弔鐘)소리는 시민사회가 부르는 장송지곡(葬送之哭)으로 바뀌어 시의회를 휘감아 돌며, ‘시의회의 사망’을 ‘호상(好喪)이라고 자위(自慰)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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