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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과 인간] 비

최창일 / 이미지 문화평론가 | 기사입력 2026/06/30 [09:04]

[詩想과 인간] 비

최창일 / 이미지 문화평론가 | 입력 : 2026/06/30 [09:04]

▲ 사진 / 픽사베이   

詩想과 인간 60

 

비 / 이종천 시인

 

촉촉하게 젖어가는 눈매가 슬프다

어쩜 저리 애절하게 후벼 파는

 

심해의 밤은 깊어지고 일렁이는 파장의 깊이만큼

 

거리마다 넘쳐나는 시선들

내일을 기약하는 환호가 팡팡 터진다

 

차츰 변해가는 계절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의 시각이 주춤거린다

 

이 아침 꽃들이 아우성이다

................................................

비를 '촉촉하게 젖어가는 눈매'로 시각화하며 시작된다. 비가 내리는 풍경을 누군가의 슬픈 눈망울로 치환한 이 표현은, 독자에게 서글프고도 애절한 정서를 단숨에 전달한다.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강렬한 아픔이 내리는 빗줄기를 통해 구체화한다.

 

 '심해의 밤'과 '일렁이는 파장'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고독과 가라앉는 슬픔의 내면이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시선들'과 '내일을 기약하는 환호'는 외부 세계의 활기와 축제 같은 자아다. 변화의 길목에서 시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 두려움의 시각은 이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슬픔과 두려움에 머무를 줄 알았던 시선이 마침내 다다른 곳은 반전의 아침이다.

 

 "이 아침 꽃들이 아우성이다"라는 시의 서까래가 백미다. 밤새도록 슬프게 내리며 가슴을 후벼 파고, 심해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던 그 '비'는 결코 파괴적인 눈물이 아니었다. 대지를 적시고 생명을 깨우는 축복의 비였다. 비를 맞고 마침내 활짝 피어난(혹은 피어나기 위해 꿈틀대는) 꽃들의 아우성은, 슬픔의 끝에서 피어난 강렬한 생명력과 희망을 상징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종천 시인의 <비>는 슬픔('젖어가는 눈매', '심해의 밤')으로 시작해 두려움('주춤거린다')을 건너, 결국에는 찬란한 생명의 기쁨('꽃들의 아우성')으로 나아가는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를 아름답게 시각화한 작품이다. 비가 가진 치유와 재생의 생명력을 짧고 강렬한 언어로 포착해 낸 멋진 시의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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