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 42
초혼(招魂) / 김소월 시인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시인에게 눈물은 심중에 흐르는 언어 강이다. 시인의 눈물은 때론 총과 칼이다. 소월은 고종의 죽음 앞에 ‘초혼’의 시로 눈물 흘러준 유일한 민족 시인이다. 시인은 빼앗긴 조국과 주권을 회복하고자 했던 열망의 시인이다. 마지막 황제의 죽음은 시인에게 상실이다.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초혼은 고복의식(招魂)이다. 영혼을 불러들여 고종을 살리려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다.
소월의 초혼은 ‘사슴의 무리’도 ‘설움에 겹도록’ 슬피 울어 준다. 사슴의 무리에 소월이 서 있다. 시인에게 헤어짐의 죽음은 휘청거리는 현실 설움이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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