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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걷고 싶은 날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 | 기사입력 2024/11/15 [22:18]

글 쓰고 걷고 싶은 날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 | 입력 : 2024/11/15 [22:18]

  

[최창일 칼럼] 양재역 가정 법원 앞이다. 양팔 벌린, 생동의 조형물이 있다. 학인은 가을 저녁이면 걷기 조형물이, 산책을 즐기다가 새벽녘에 돌아온다 한다. 소주잔을 기울이던 우리는 학인의 입담에 한바탕 웃고 말았다. 학인은 웃어넘기자 사실이라며 소주잔에 흥을, 돋는다.

 

조형물은 사람이 오는 것에 예민하다. 한사람이라도 온다 치면 그 자리에 서고 만다. 조형물은 달빛의 그림자를 좋아한다. 노란 달빛이 쏟아지면 그림자를 밟고 춤을 춘다. 노란 달빛은 부드럽고 따스하다.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는 “노란 달빛은 몽상가에게는 매혹적이며 상상력의 향기를 써보게 한다.”

 

행복은 노란 달빛을 밟는 것들이다. 불행은 돈이 그려진 그림자를 좋아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행복의 본질은 꼭 돈이 아니야, 가난은 불편할 뿐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 “행복은 하나씩 알아가는 지식이나 경험의 풍요로움과 해맑은 달빛 속에 있다”라 한다.

 

노란 달빛은 학인의 창문을 좋아한다. 안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안다는 진실에, 스스럼없이 내어 준다. 그래서 달빛은 겸손한 인간으로 돌아가는 고향과 같다.

 

페터 한트케는 느린 귀향에서 학문은 수시로 그가 어디에 있는지를 느끼도록 도와준다. 학문은 사람을 알고 사랑하는 일이다. 알아도 다 알 수 없다.

 

안다는 것은 나 자신이 부족함을 알 뿐이라 한다. 그래서 학문은 겸손, 겸손해야 이 세계와 사람을, 진정 깊이 사랑할 수 있다. 

 

가을에는 노란 달빛이 시 강의를 한다. 훌륭한 시의 기준은 감동과 황홀에 있다.

 

시는 가슴을 뒤흔들고 기쁨에 떨게 한다. 김현승 시인은 인생을 깨우치려면 <가을의 기도>를 읽으라 한다. 가을의 기도는 시의 땅에서 자라야 튼튼하다. 그래서 김현승은 커피를 마시며 가을의 시를 만들었다. 

 

데카르 말처럼 의심하고, 느끼고, 깨닫고, 감각하고, 상상하는 것이 사람의 정신 활동이다. 헤겔은 변증법에서 역사를 한 발 떨어진 채로 균형감 있게 가르고 밝힐 방법을 말한다. 그 밖의 수많은 철학자는 철학이든 예술이든 어려워 봤자 인생의 이야기다. 노력해야 달라진다. 무진장 애쓰는 것들은 가을의 빛에서 이루어진다. 

 

19세기 유명한 예술 비평가 존 러스킨의 생각도 가을에 만들어졌다. 그 모든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는 사실만으로 어쩔 수 없이 착할 수밖에 없다.

 

그래 아름다운 것들은 시적이야. 아름다운 것들은 철학적이야. 아름다운 것은 착한 것들이야. 우릴 생각하게끔 하고 생각은 시를 부르고 그리움을 부른다. 정호승 시인은 그리운 것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그 아름다움에 우리는 감동하고 황홀감에 몸을 떤다 한다. 

 

가을에 만들어진 것은 아름다움을 빗는 빗이다, 가을에 만들어진 것은 경쟁이 없는 자기만의 길을 내는 예술과 시다.

 

지나친 경쟁을 싫어하는 것이 시다. 지나친 불안을 싫어하는 것이 철학이다.

 

가을에는 새벽 종소리도, 기도한다. 글쓰기에 솔직함을 일러준다. 자신을 감추는 것은 불안의 솔직이라 한다. 불안할 때 사람은 예술을 즐긴다. 그 예술이 불안을 치유한다. 불안은 자신감과 빛으로 바뀌고 만다. 불안이 없다면 이 땅의 시인과 철학자는 없다. 불안은 희망을 그리며 형식 안의 모순을 꺼내준다.

▲ 최창일 시인     ©성남일보

피카소는 그림을 그리면서 생략과 압축을 알아야 한다 했다. 버려야 산다. 압축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버릴 줄 아는 것이다. 피카소는 시를 읽고 압축과 생략을 수없이 연습했다. 생략과 앞축은 시의 전체다. 사진은 앞축의 결과다.

 

가을은 계절의 앞축이다. 강물도 가을에는 흐르는 것보다 걷는 연습이다. 삶의 등불은 가을이 손을 뻗는 것. 당황하면서도 늘 앞길을 이끄는 것들이다. 가을에는 더 멀리 물러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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