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36
외로울 때는 산으로 갑니다 / 장수현 시인
뒤따르는 어둠의 허기가 짙어지면 북한산으로 갑니다 사기막 언덕길의 다급함과 호랑이굴 급경사의 허덕임에 끌려온 몸의 단내가 입천장에 쓴 내음으로 까맣게 돋아날 때 작고 더딘 애착은 자꾸 넘어져 빛을 잃어갑니다 어차피 식어가는 빛도 어둠이 있어야 명멸하듯 백운대를 떠받친 깊숙한 지하 묘지에 어둠을 품고 사는 석간수가 발아하는 수은 빛을 담으려 하이얀 뜰채로 갑니다 낮에는 조직의 고삐에 스스롤 묶고 순례자의 고행처럼 밤이면 고삐를 풀어 쌉싸름한 허정의 시간을 찾아갑니다 산월을 거른 지 몰라 터지는 양수처럼 쏜살같은 시간의 말미를 계산할 수 없음을 계산하는 여운의 흔적들을 지우려 외로울 때는 산으로 갑니다 ........................................................................................ 외로움은 진보(進步)다. 외로움은 카뮈와 셰익스피어를 만들었다. 하나님은 창조 후 ‘외로움’을 내면 앞에 세운 지극한 창조라 자조했을지 모른다. 아니다. 분명 손뼉을 치며 신의 한 수라 했을 것이다.
산은 외로운 사람들의 동리다. 새들도 외로우면 북한산을 오른다. 북한산에는 외로운 동물들이 살고 있다. 북한산의 사기막에 텐트를 치면 그 외로의 신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결혼식장에도 배낭을 메고 축하객으로 오는 장수현 시인이다. “쏜살같은 시간의 말미를 계산할 수 없음을 계산하는” 시인이다. 없는 언어를 만드는 시인은 외로움의 속도와 무게, 수심의 깊이를 알고 있다.
12행의 시에는 열두제자의 외로움을 모두 담았다. 허정(虛靜)의 시간에 북한산의 소나무와 대화 하는 시인을 본 사람은 복권의 행운을 가질 것이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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