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32
고봉밥 같은 낮달 / 김명옥 시인
비금도에서 보내온 새우젓에서 친구 어머니의 눈물 냄새가 났다
평생 바닷가를 떠나보지 못했던 친구 어머니는 소매 끝이 콧물 자국으로 반들거리는 유난히 눈동자가 까만 친구를 앞세우고 골목으로 들어서고 방금 바다를 떠나온 생태의 두 눈 부릅뜬 아우성을 수돗가에 쏟아놓고 배를 가르고 창자를 빼고 찬물에 헹구고 꼬챙이에 꿰고 일렬횡대로 세워놓고 친구 어머니는 바닷가로 돌아가고 친구는 바닷물 대신 찬바람만 들이키는 생태의 절규를 보리밥이라도 실컷 먹었으면 좋겠다며 높게 웃었다
비금도에서 보내온 새우젓 친구도 보리밥도 고봉밥도 없는데 겨울 하늘, 고봉밥 같은 낮달에서 눈물 냄새가 난다 ......................................................... 시는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언어건축이다. 김명옥 시인은 비금도에서 보내온 새우젓과 친구 어머니 모습을 영화처럼 상영한다. 바닷가의 풍경을 한 번쯤 경험한 사람은 신안의 비금도로 떠나는 여행이 된다. “방금 바다를 떠나온 생태의 두 눈 부릅뜬 아우성을 수돗가에 내려놓고”의 생명력 있는 시선이 정신을 맑게 한다.
시는 화폭처럼 응시하게 한다는 말을 김명옥 시인에게서 다시 한번 일깨운다. 시는 내 안의 타자에게 가학과 자학의 관조이다. 누구나 어릴 적 격렬한 현실을 경험했다. ‘고봉밥 같은 낮달’은 가슴 깊이 눌러둔 추억을 절망이지 않게 희망법으로 그려준다.
김명옥 시인의 시를 대하며 시란 묘하다. 고통스러운 자기 응시 과정이고 상황에 대한 저항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낮달에서 눈물 냄새가 난다”라의 묘사가 기막힌 시유(詩遊)가 아닌가.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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