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 28
붉은발도요 / 김효경 시인
여름 끝자락, 툰드라 어느 지대를 살다 돌아왔나 붉은 함초 사이를 거닐며 삐리삐리 목 놓아 울고 있다
수면 아래로 스며든 울음은 엇갈린 수레바퀴 톱니처럼 자꾸 눈에 잡히지 않는 풍차 뒤의 풍경처럼 아득해
나는 그 남자가 건너갔던 시절을 갯내음으로 지우고 붉고 긴 다리만 카메라 앵글에 담아 왔다 ...................................................... 시와 영상, 노래는 하나의 몸체다. 김효경 시인은 자연의 풍경을 앵글 안으로 겸손하게 초빙한다. 시인은 “여름의 끝자락, 툰드라 어느 지대를” “살다 돌아”온 붉은발도요를 만났다. 공간을 뛰어넘는 자연 안의 일을 존재의 결합으로 바라보았다. ‘붉은발도요’는 神의 각별한 은총으로 정열의 붉은 양말을 선물 받았다.
햇빛과 수초, 물의 반사는 발가벗은 자연의 결합이 층층이 겹친 평화다. 자연은 붉은발도요를 사랑하고 시인은 붉은발도요를 창조적 지성으로 바라본다.
김 시인은 붉은발도요를 보면서 “그 남자가 건너갔던 시절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왔다”.
바람을 직접 본 적이 없을지라도 일렁이는 나뭇잎을 보았든 영국의 로세티 시인처럼 김 시인은 같은 눈과 목소리로 현혹(眩惑)하는 자연과 맞서는 시선이다.
희망은 구체적인 모습이 아니지만 김 시인은 희망의 붉은 발걸음 소리를 담는 신기(神奇)의 앵글이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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