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 1
나목裸木
겨울나무는 벌거벗은 연극배우 삭풍에 떨 듯 관객 앞에서 흐느낀다 겨울이라는 옷으로 당위 되는 나목裸木의 초상 마침내 관객들도 하나둘 배우가 된다 모두 나목이 된다
이덕수 / 시인
겨울이 왔다. 아직은 가을 나무가 옷을 다 벗지 않았는데, 겨울나무는 아쉬운 듯 무성한 여름의 시절, 무대 위의 시간을 회상하고 있다. 배우는 무대를 내려오면 평상복의 옷을 입는다. 배우가 무대의 옷을 벗고 평상복을 입었다고 무대 위 마음의 옷까지는 벗지 못한다.
배우는 마음의 옷을 벗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 감정의 옷이란 쉽사리 벗거나 입는 것이 아니다. 겨울나무도 다르지 않다.
겨울이 왔다고 나무의 속까지 겨울이 되지 않는다. 겨울나무도 연극배우 마음처럼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은 겨울나무를 보면서 생의 뒤를 돌아보게 된다.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나이테들이 원을 그린다. 후회의 삶, 환희의 시간이 겹친다.
겨울나무는 하나둘 마지막 잎을 떨구고 비로소 겨울나무가 된다. 사람도 나무와 같이 푸르른 시간을 모두 떨칠 때 비로소 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이덕수 시인은 나목을 통하여 인간의 윤회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모든 관객은 배우가 된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학자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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