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일 칼럼] 소동파(1837~1101)는 중국의 대문호다. 중국의 시인으로 이백(701~762)과 두보(712~770)를 들어 시성으로 부르지만, 연대가 비교적 신세대의 소동파는 현대적 칭호인 문호라 불린다.
소동파는 중국 음식으로 잘 알려진 동파육을 만든 시인이다. 소동파는 중국인 특유의 음식 만들기의 장인이다. 비공식적인 자료지만 소동파는 요리법만도 140여 종을 가졌다는 전언이다. 동서를 넘어 미식가이며 요리를 가장 잘한 천재 시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가 동파육을 만들게 된 배경은 장수 성의 쉬저우 지사로 부임한다. 그해 홍수가 난다. 그는 군졸과 백성을 이끌고 70여 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방을 쌓는다. 쉬저우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는다. 홍수를 이겨내자 백성들은 기뻐서 돼지를 잡아 소동파에게 선물한다. 당시 쉬저우에는 돼지고기가 흔했다. 소동파는 많은 고기를 선물로 받자 동파육 요리법을 만든다. 백성에 요리법을 알려주고 받은 고기를 돌려준다. 중국의 대표 요리가 된 동파육은 소동파에 의해 오늘에 이르게 된다.
소동파의 본명은 소식(蘇軾)이다. 동파(東坡)라는 이름은 동쪽의 언덕을 말한다. 선(禪) 사상을 가지고 여여하게 살면서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소동파는 다재다능했다. 시와 수필, 회화에 뛰어난가 하면 정치인이기도 했다. 22세 때 송나라 도읍인 변경(현재 카이핑)에서 열린 과거에 합격을 한 것을 봐도 뛰어난 인물이다. 과거시험의 위원장인 구양수(歐楊修)에게 인정을 받아 그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장한다.
모친상으로 고향 미산에서 3년 시묘(侍墓)살이를 마친 후 변경으로 돌아온다. 제과에 응시하여 장원급제를 한다. 동생 소철은 차석으로 급제한다. 형제가 명석한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소동파는 봉산부(현 산시성)로 돌아와 궁정의 사무를 담당한다. 이때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던 왕안석과 정치적 입장이, 달라 미움을 산다. 소동파는 지방으로 전출되어 항주로 간다.
사람은 늘 외로운 시간에 사유의 시간은 갖게 된다. 통관이라는 한직에서 시간이 많았다. 항주에서 소동파는 많은 시(詩)를 창작한다. 서호(西湖)는 소동파에게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지리적 조건이었다. 이름깨나 올린 문인들은 지리적 환경이 문학의 토대가 됨을 알게 한다. <무지개>의 시인 워즈워드, <폭풍의 언덕>의 브론테,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를 비롯한 작가들이 그런 부류다.
소동파는 기질적으로 자유인이었다. 백성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백성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신법을 싫어했다. “독서가 만 권에 달하여도 율(律)은 읽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일은 재앙이 되었다. 요즘으로 보면 사상 초유의 필화사건이다. 당장 북송의 수도 변경으로 호송되어 어사대(御史臺)의 감옥에 갇힌다. 이때 나이 44세다. 심한 문초를 받은 후 황주로 유배된다. 50세가 되던 해에 철종이 즉위하여 구주류가 득세하게 된다. 소동파는 다시 복권되어 예상부서의 대관(大官)을 역임한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적벽부(赤壁賦)다. 적벽부에는 소동파가 손님과 적벽 아래서 배를 타고 놀았다. 손님이 “내 인생이 짧은 것이 슬픔이요, 장강(長江)의 다함이 부럽습니다.” 하자 소동파는 ”그대는 저 물과 달을 아십니까……? 세상을 변하는 것으로 살피면, 천지도 눈 깜작할 시간이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사물과 내가 모두 다 함이 없는 것인데, 무엇을 부러워하겠는지요…? 또한 하늘과 땅 사이의 사물은 각각 주인이 있으니,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티끌 하나라도 취하지 않지요, 오직 강 위에 부는 맑은 바람과 산 사이에 떠 있는 밝은 달은 귀로 얻어서 소리로 삼고, 눈으로 부쳐 색을 이루니, 이를 취해도 금하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습니다….“ 하였다.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지성인이라면 애송하고 있다.
소동파는 세속적 가치로부터 초연하였다. 정치적인 탄압에 죽음 직전까지 내몰리면서 인생의 무상함도 느꼈다. 소동파는 선의 생활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공(空)의 삶을 초월하여 살게 된다. ‘녹는 눈 위에 남긴 기러기 발자국이니, 인생은 한바탕 꿈이로다’ 유언 같은 시를 남기며 눈을 감았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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