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일 칼럼] 이탈리아 나폴리를 영화처럼 아름다움만 상상한다. 이탈리아에서도 낙후된 나폴리는 기대와 현실은 다르다. 우선 치안이 불안하다. 가이드는 혼자 밤길을 걷지 말라 신신당부한다. 그렇게 말하니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은 어떻냐”고 묻는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성당으로 내려가는 길, 대낮에 가방을 낚아채 가는 날강도가 있지 않으냐?.”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어진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치안의 단면을 알게 된다.
어떻든 나폴리는 늘 상 피자와 에스프레소가 여행자를 기다린다. 2백만 인구가 조금 넘는 도시, 피자집만 8,200개가 있다. 마르게리타 피자(Margherita pizza)와 마리나라 피자(Marinara pizza)는 이탈리아 농무부에서 엄격하게 조리법을 제한한다. 음식 조리법에 정부의 관장은 나폴리 피자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왜 피자의 조리법을 관장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통을 사랑하는 이탈리아인의 특징으로 해석된다. 간혹 우리나라에도 시어머니의 요리 조리법이 며느리에게도 쉬쉬 전달 되지 않는 경우라면 이해되지 않을까.
나폴리에 가서 이 두 가지의 피자를 먹는다면, 지금까지 먹어왔던 마르게리타 피자와 마리나라 피자는 모두 가짜라고 느껴질 것이다. 나폴리 피자는 깊은 풍미가 입안을 새로운 맛 세계로 인도한다.
우리나라에서 나폴리 피자를 맨 먼저 도입한 사람은 이원승 방송인이다. 지금은 방송인으로 부르는 것보다 피자집 요리사, 경영인이라 부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학로에 가면 나폴리 나라에 가서 현지인이 먹는 피자를 맛볼 수 있다. 건물 외관은 담쟁이로 덮여 여름은 푸르게 가을은 붉은색으로 운치를 더하는 건물이다. 주문을 이원승 사장이 직접 받는가 하면 원하는 고객과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이원승 사장의 특유 친화력과 앞을 내다보는 경영자의 태도다. 피자는 우리나라의 부치게 와 공통점이 많다.
나폴리에는 한식집이 없다. 어느 나라에 가도 한국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해외 진출이 많아졌고 K팝을 통하여 한국의 음식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나폴리에서는 한국 음식이 먼 나라쯤으로 생소하다. 최근 백종원 요리사가 방송사와 공동으로 한식집을 차리고 한식을 알리는 기회가 있었다. 나폴리 사람에게 한식과 막걸리에 대한 인식을 크게 심어놓았다. 피자 이야기를 하다가 멀리 왔다. 피자와 한국의 부침개는 유사점이 있다. 그래서 피자가 한국에서 발을 붙이고 성공하는 계기가 된다. 나폴리에 피자집이 여기저기 있듯, 우리나라의 부침개 집은 모든 집, 주방에서 부침개를 만든다. 그 종류만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각종 채소를 이용하면 가지 수는 기하급수적이다. 깻잎부침개, 김치부침개, 배추 잎 부침개, 미나리 부침개, 봄이면 봄나물을 이용하는 부침개는 수천 가지가 된다. 한국에서 나물로 먹는 종류가 4천 종에 이른다니 그 종류는 다양하다는 말로 정리된다. 나폴리 피자는 화덕에서 구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완제품의 피자를 구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된다. 시대는 늘 편리성에 과학과 지혜가 동원된다.
우리나라 부침개는 프라이팬으로 즉석에서 만들어 낸다. 비 오는 날 부침개를 만들면 비 오는 소리가 창밖에서 들리고 프라이팬에서 빗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부침개는 소리와 맛이 혼영 되어 비 오는 날의 적격이다. 한국의 부침개가 자연과 하나 된 것을 감 안 하면 자연 친화적인 음식이다.
나폴리에서는 어디에서나 피자를 먹는다. 공원의 벤치는 물론, 길거리에서 철퍼덕 앉아서 피자를 먹는 것을 흔히 본다. 우리나라는 주식은 일정한 식탁의 공간에서 먹는다. 나폴리에서는 걸어 다니며 주식을 즐긴다. 문화의 차이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쁜 것이라는 개념은 관습일 뿐이다. 그 나라의 문화는 존중되며 그 나라의 것이다. 나폴리에서는 혼자 다니는 용기가 필요하다. 길거리에서 주식을 해결하는 문화의 용기도 필요하다. 용기는 여행의 기본이다.
사랑을 부르는 나폴리, 꿈만 꾸어도 밤 비행기를 탄다. 나폴리는 내게 그리워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리움을 내려놓는 법을 알려주었다. 당장 떠나고 싶은 피자의 나폴리.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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