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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역사를 열어주는 여행

최창일 칼럼 / 시인 · 한국문인협회 대변인 | 기사입력 2018/05/14 [21:25]

세기의 역사를 열어주는 여행

최창일 칼럼 / 시인 · 한국문인협회 대변인 | 입력 : 2018/05/14 [21:25]
▲ 최창일 교수.     ©성남일보

[최창일 칼럼]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무엇일까. 무수한 요소들이 있다. 정치가 세상을 바꾼다면 정치라는 요리에 수많은 재료들이 있다.

 

정치의 요리엔 여행이라는 조미(助味)가 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북한 지도자 김정은 간의 세기의 핵 회담을 놓고 근 2개월의 줄다리기를 했다.

 

주된 내용은 장소와 시간. 실상 시간은 중요한 재료는 아니다. 장소가 정해지면 시간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트럼프는 SNS을 통하여 장소의 여운을 수없이 남겼다. 싱가포르, 판문점, 북한, 스위스 등 장소라는 방점(傍點)에 풍선을 띄우듯 하였다. 언론과 사람들은 궁금증이 커지기만 하였다. 회담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지형이 달라지기에 한국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정치에서 회담의 장소는 여행의 진리다. 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트럼프는 결국, 싱가포르가 회담장소임을 트위터(소통하고, 지금일어 나고 있는 일들)를 통하여 발표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여행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세기를 움직이는 요소에 여행이라는 필수가 시대를 이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수많은 문인단체가 있다. 그중에는 국제 펜클럽 본부의 한국본부가 있다. 참고로 펜클럽을 두고 있는 나라들은 펜 본부라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펜클럽이라는 표현은 한국이 유일하다. 물론 특별한 의미는 없다. 처음부터 그렇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굳이 펜클럽이라는 의미를 이해하려면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나라들은 문학의 토론장을 클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시기였다.

 

한국의 골프나 술집에서 클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식자층들이 유럽의 여행에서 얻어온 지식의 결과물이라고 해석도 한다.


1950년의 지식인을 들면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는 모윤숙이라는 빼어난 인물이 있다. 바로 그가 한국의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를 만든 장본인이다.

 

1952년 모윤숙은 영국 런던을 지나다가 펜클럽 간판을 보고 “하도 반가워 찾아 들어가 한국에도 펜클럽을 만들겠다”고 말해 승낙을 받고 돌아설 때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고 술회한다.


그는 1954년 서울에서 펜클럽을 만들 때는 위원장이 되지 못하고 변영로(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던 학자)를 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이때 뜻을 함께 한 이들이 김광섭, 이헌구, 안수길, 이무영 등이었지만 생각이 트이고 진취적인 문단에서 조차 여성은 단체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철저한 여성 경시라는 덫에 모윤숙은 단체발기에 참여를 못하였다.


해방을 맞은 한국의 문학계는 다양한 단체들이 성시를 이루었다. 이념이 다른 단체들이 반목과 불신이 있고 사회는 큰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1961년 박정희 장군은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정권이 시작됐다. 군사정권은 국내의 모든 문학 단체를 해산시켰다.

 

그러나 펜클럽 한국본부만은 해산시키지 못했다.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펜클럽 한국본부가 가장 오래된 문학단체가 된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문인협회는 1961년 12월 7-8개의 문학단체를 해체하여 하나의 협회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한국의 문학단체들은 부침의 시간을 가졌다.


후에도 펜클럽을 탄생 시킨 모윤숙은 여성이라는 차별에 밤낮 부회장만 하였다. 백철과 펜클럽 회장 선거에서 내리 졌다. 물론 여성이라는 차별이었다. 아예 포기 상태에 있을 때 그는 젊은 사람들의 힘을 입어 드디어 펜 회장으로 당선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 때가 1977년. 대망의 펜 회장이 되기 위해서 장장 20년이 가깝게 참고 기다린 결과였다. 모윤숙은 여행을 통하여 한국에 펜클럽의 역사를 모종(某種)하고도 시대의 차별 속에 오래도록 기다렸다.


펜클럽 한국본부는 모윤숙의 여행이 탄생시킨 찬란한 문학의 산실이다.


여행 없는 역사는 설탕을 첨가하지 않는 커피가 한 번도 달콤했던 적이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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